집에 2년여간 갇힌 채 굶주림과 부모의 폭행에 시달리다 탈출한 인천의 A(11)양은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가 처벌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화정 관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A양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어 "아빠가 처벌을 받기 원하느냐는 질문에 아이가 '네'라고 정확히 대답을 했고 다시는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밝혔다.
장 관장은 "A양은 구조 당시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보육원에 산다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아버지의 처벌을 원한다고 또렷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장 관장은 또 "A양이 시기는 모르지만 앞서서도 집에서 탈출했지만 행인이 자신을 다시 집에 넣어줬고, 이번에 재차 집에서 나왔다고 말했다"며 이전에도 탈출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A양은 시설이 아닌 위탁 가정으로 인계될 것으로 보인다.
장 관장은 "아이가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생활하지 못한 것 같아 쉼터나 시설보다는 가정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위탁가정에 장기 위탁할 계획"이라며 "이후 아버지 친권 문제가 해결되면 최종적으로 거처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견 당시 A양 상태에 대해서는 "영양 부족에 의한 빈혈과 간염, 늑골 골절과 함께 온몸에서 타박상이 발견됐다"면서 "급성 스트레스 반응과 과잉 불안장애도 있었다"고 말했다.
A양은 굶주린 탓인지 음식에 집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관장은 "발견 당시 A양은 아주 말라 있었고 과자를 주자 허겁지겁 집어먹었다"면서 "하지만 A양은 과자 봉지를 제대로 찢지 못할 만큼 쇠약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담당 상담원 관찰 결과에서도 음식에 대한 약간의 집착과 밥을 허겁지겁 먹는 경향이 발견됐다고 한다.
A양은 현재 나사렛국제병원에 입원해 회복 중이라고 정 관장은 전했다. 병원 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있고 빈혈과 간염 수치도 정상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체중도 발견 당시보다 4㎏이 늘어나는 등 영양 상태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담당 상담원은 현재의 A양에 대해 "굉장히 밝고 말을 잘하며 자기 의사 표현이 뚜렷하다"면서 "독서를 즐기고 또래와 적극적으로 어울리려 한다"고 평했다.
A양은 연말에는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며 심신이 안정된 뒤인 내년에 가정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정 관장은 설명했다.
아울러 A양이 다녔던 학교 교사 등을 상대로 아동학대 신고의무가 있지만 신고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장 관장은 "처음 살았던 곳에서도 결석을 밥 먹듯이 했다는 보고를 받아 경찰과 함께 조사중인데, 중요한 것은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이지만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A양이 호적상 어머니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경찰과 함께 친어머니를 수소문하고 있다.
또 A양에게 학업지원 등 각종 지원과 후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필요할 경우 학대 전담 변호사와 한국여성변호사협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학대 사실이 알려지면서 A양에게는 시민단체 등을 통해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간식과 옷, 학용품, 성금 등 도움의 손길이 답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