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로 세리머니를 펼친 팀 브라운. (사진=KOVO 제공)
올스타전은 재미가 없다(?). 편견이 아니다. 모든 스포츠의 매력은 치열하게 경쟁하는 데 있지만, 올스타전은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력 만으로 올스타전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름 아닌 선수들이 승패를 떠나 팬들과 호흡할 수 있는 이른바 '축제의 장'이기 때문이다.
2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올스타전이 그랬다.
선수들은 경기 전부터 팬들에게 다가섰다. 레드카펫을 통해 입장하면서 팬들과 인사를 나눴고, 경기장 밖에 마련된 무대 위에서 팬들의 소원을 들어줬다.
이민규(OK저축은행)는 가벼운 율동으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고, 황민경(도로공사)은 별명인 '요술공주 밍키'로 변신했다. 배유나와 이소영(GS칼텍스)은 '응답하라 1988'에서 다시 유행시킨 개그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재현했고, 남녀 최고령 출전자인 방신봉(한국전력)과 이효희(도로공사)는 '내 나이가 어때서'를 함께 부르는 장면은 레드카펫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선수들의 화끈한 장기자랑 덕분에 본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유관순체육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레드카펫 행사에서 화려한 댄스를 선보이는 방신봉과 부끄러워하는 이효희. (사진=KOVO 제공)
승패의 부담을 털어버린 선수들은 망가지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축제를 제대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경기력 자체보다는 오로지 팬들의 즐거움을 위해 평소 감춰둔 끼를 마음껏 발휘했다.
이소영(GS칼텍스)이 첫 득점을 성공시키자 브라운 팀 전원이 코트로 달려나와 장도연의 와이춤을 상대 코트를 향해 발사(?)했다. 코니 팀도 뒤로 넘어지는 시늉으로 맞받아쳤다. 평소 세리머니가 없던 황연주와 양효진(이상 현대건설)도 득점 후 팀 동료들에게 둘러쌓여 숨겨뒀던 댄스 실력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 세리머니 상을 받은 이다영(현대건설)은 양철호 감독 앞에서 섹시 댄스를 선보이기도.
또 1세트 첫 작전타임에서는 벤치에 앉아있던 OK저축은행 3인방 시몬, 송명근, 박원빈이 마핑 보이로 변신해 코트를 반짝반짝 닦았다.
2세트에서도 선수들의 세리머니 퍼레이드는 이어졌다. 쌍둥이 동생 이다영의 세리머니에 자극을 받았을까. 이재영(흥국생명)은 담다디 음악에 맞춰 코믹 댄스를 추더니 벤치를 향해 손짓을 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도 가벼운 춤으로 제자 이재영의 세리머니에 화답했다.
"걸그룹 못지 않죠." 한 차원 높은 세리머니를 선보인 김혜진. (사진=KOVO 제공)
당연히 이다영도 본격적으로 세리머니에 시동을 걸었다.
부심은 물론 주심 앞으로 달려가 춤으로 마음을 흔들었고, 잠시 코트에 투입된 시몬과 벤치에 있던 현대건설 이영택 코치와도 댄스 타임을 가졌다. 세리머니 기회만 노리던 원조 세리머니 여왕 김혜진(흥국생명)도 득점에 성공한 뒤 수준 높은 걸그룹 댄스를 팬들에게 선물했다.
남자부 3~4세트는 확실히 여자부 1~2세트처럼 아기자기한 맛은 없었다. 대신 뻥뻥 내리꽂는 스파이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몬, 그로저 등 외국인 선수들은 평소처럼 강력한 스파이크를 때렸고, 국내 선수들도 빠르고 정확한 공격으로 정규리그 못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물론 세리머니도 나왔다. 3세트 막판 문성민(현대캐피탈)이 속공을 성공시키자 벤치에 있던 서재덕(한국전력)이 배구공을 들고 나와 유니폼 속에 넣은 뒤 '요람 세리머니'를 했다. 서재덕의 아내는 출산을 앞두고 있다.
수줍어 하는 선수들을 대신해 김세진 감독이 춤판에 가세했다. 서재덕이 득점 후 벤치로 달려가자 기다렸다는 듯 달려나와 춤으로 호흡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