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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엇갈린 대구 '민심'… 박근혜냐 '포스트 박근혜'냐

국회/정당

    [르포] 엇갈린 대구 '민심'… 박근혜냐 '포스트 박근혜'냐

    朴心 물갈이 직전 ‘폭풍전야’...“대구는 서울 친박 주머니 속 공깃돌?”

    유승민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여권의 '심장' 대구가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앞두고 폭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진실한 사람'을 거론하면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불러 일으킬 '물갈이 바람'이 닥치기 직전의 폭풍전야와 같은 상황이다.

    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게 된 유승민 의원(3선)이 '배신의 정치' 낙인에도 불구하고 공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를 포함한 측근 의원들까지 한 묶음으로 서슬 퍼런 '레이저'의 희생양이 될지 경선 시작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에서도 '친박(親朴)의 영토'에서 빗겨나 있는 유 의원의 동구을 지역구와 서구, 중·남구 등 비박(非朴) 의원 지역구의 민심을 듣고 왔다.

    ◇ 'TK물갈이론+진박(眞朴) 마케팅' 맞서 퍼지는 '포스트 박근혜論'

    유승민 의원 측 관계자는 2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구를 주머니 속 공깃돌쯤으로 여기는 친박계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의 부친 빈소에서 윤상현 의원이 대구·경북(TK)을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하고, 홍문종·유기준 의원 등 비(非)TK 지역 정치인들이 연일 이 지역에 '전략공천'을 요구하는 등의 현상을 겨냥한 발언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 정계(政界)에는 타지(他地) 인사들이 중앙 정치의 이해관계를 잣대로 공천에 개입하는 움직임에 대한 경계심이 흐르고 있었다.

    대구 중·남구 새누리당 당협위원회 소속 당원인 기모(여·61)씨는 "이번에도 지역구민의 의사가 무시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리 4대에 걸쳐 전략공천이 행해졌는데 또 청와대가 '낙하산' 인사를 보내려는 데 대한 항변이다.

    지역민들의 우려는 쇄신을 명분으로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게 되면 또 다시 국회에서 발언권이 약한 초선 의원에 지역구를 맡겨야 한다는 데 있었다.

    중구와 서구에 걸쳐 있고 대구 민심의 '용광로'로 불리는 서문시장 김영오(64) 상인연합회장은 "물갈이론이 퍼지고 청와대 참모들이 국회의원 후보로 거론될 때에야 비로소 대통령이 시장을 방문했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됐다"고 회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지역 의원들을 배제한 채 안종범 경제수석과 신동철 정무비서관 등을 대동하고 서문시장을 방문했던 일화에 '현역의원 교체'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계속 초선만 하게 되면 연속성 있는 정책 추진이 힘들어진다"며 물갈이 의도를 경계했다.

    대구에서 기반을 닦은 한 중소기업 경영인은 어려운 지역경제와 중앙정치의 상관관계를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격차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유승민 의원에게 줄을 댔다는 이유로 지역 정치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역 경기가 살아나려면 이들을 죽일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퇴임 이후에 대비해 힘 있는 재선·3선·4선 의원으로 몸집을 키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분열된 新舊세대…"경선 VS 전략공천"

    '포스트(post) 박근혜'를 꾀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바람은 전략공천보다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구민이 택한 후보가 지역구민의 '니즈(needs)'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반면 '포스트 박근혜'와 대척점에 있는 친박계는 "현(現)정부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를 공천하자"는 주장을 근거로 전략공천을 설파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친박계 발(發) 'TK물갈이론'은 완전한 바람을 형성하진 못하고 있었다.

    달성공원 인근에 새벽 시간대에만 잠깐 열리는 '반짝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대체로 "경선이냐, 전략공천이냐"를 묻는 질문에 난색을 피력했다. 상설시장에 점포를 임대할 여력이 없는 이들은 먹고 살기에 쫓기는 듯 보였다.

    기층(基層)에까지 물갈이론이 스며들지 못한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직접 설파한 '진실한 사람', '배신의 정치' 등의 비근(卑近)한 단어들은 바닥에 쫙 퍼져 있었다.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동구 안심동에 위치한 한 5일장에서 만난 일군의 노인들은 유 의원을 타박했다. 황모(81) 할아버지는 "유승민이 자기를 키워준 박 대통령을 배신한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70대 노인은 "유승민이든 이재만(전 동구청장)이든 새누리당이 공천하면 그 사람을 찍겠다"고 강변했다. 사실상 전략공천을 수용하겠다는 태도다.

    반면 동구에 거주하는 택시기사 문모(50)씨는 유 의원을 옹호하며 경선 실시를 주장했다. 문씨는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진실한 사람이지 대통령 듣기 좋은 말 한다고 진실한 것이냐"며 "권영진 시장이 경선에서 친박 후보들을 제친 것만 봐도 대구는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활성화·노동개혁 법안 등과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경선 대비하는 현역, 반대편에선 '불출마說' '컷오프說' 유포

    현역 의원들은 경선에서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면서 주로 젊은 계층의 '지역 개발' 욕구를 파고들 수 있는 정책을 중심으로 민심을 공략하고 있었다.

    서구의 김상훈 의원은 광역철도 서대구역사 건립과 염색공단 재생사업, 평리동 재개발 사업을 성과로 내세웠다. 김 의원은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진박(眞朴) 마케팅에 맞서고 있다.

    중·남구의 김희국 의원 역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서 지역개발 사업을 위해 유치한 예산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이인선 전 경북도지사가 김 의원과 경선에서 경쟁할 맞수로 거론된다.

    정치 신인들은 '물갈이 바람' 내지는 '컷오프 및 전략공천' 등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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