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문 KT Mass총괄 사장이 18일 종로구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진행된 KT 기자단 송년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KT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통신과 방송 산업을 황폐화하고 인수합병 뒤 무선의 시장 지배력을 위해 유선은 물론 방송까지 희생시킬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KT임원진과 기자단 송년 모임에서 임헌문 매스(Mass) 총괄 사장은 올 한해를 “KT가 대한민국 통신 130년을 맞아 국민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은 해”였다고 자평했다.
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5G 올림픽'으로 만들고, 지능형 기가 인프라와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며 "KT는 국민기업으로서 국민생활을 혁신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임 사장은 이어 "요즘 판을 바꾸겠다는 사업자 때문에 업계가 시끄럽다"며 SK텔레콤의 인수합병을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뜻의 사자성어 '자기기인(自欺欺人)에 빗대며 운을 뗐다.
그는 "과거에도 (인수합병으로) 판을 여러 번 흔들어놓은 회사가 이번에도 스스로도 못 믿을 말로 정부와 업계, 국민을 속이려 하고 있다"면서, "SK텔레콤이 인수합병 인가서를 제출하면서 5년 간 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5년 간 SKT, CJ헬로비전 양사의 투자비용을 합친 액수보다 적고 또 방송통신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인수합병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의 인수합병으로 방송통신 시장의 왜곡이 우려된다"는 임 사장은 "SK텔레콤은 인수합병 뒤, 무선의 시장지배력을 위해 유선은 물론 방송까지 희생시킬 것"이라며 "무선위주의 시장 왜곡은 방송통신 시장을 사실상 'SK텔레콤 독점체제'로 만들어 소비자 선택권과 편익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장기적으로 통신비 부담 증가, 케이블 산업 붕괴, 미디어·콘텐츠산업 위축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KT는 특히,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의 근거로 내세운 글로벌 통신·방송 업체의 M&A에서 인수합병 대상 기업이 대체가 가능할 경우(대체재) 인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AT&T(유∙무선 1위)와 다이렉TV(위성방송 1위)의 인수합병은 양사의 관계가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은 ‘보완재’였기 때문에 승인됐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AT&T가 T모바일을 인수하려고 했을 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대체재'를 이유로 들어 불허했다는 것이다. 즉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유료방송(케이블TV 1위/IPTV 2위), 모바일(알뜰폰 1위/무선통신 1위) 사업에서 대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KT는 "SK텔레콤의 인수합병 뒤 케이블TV에 대한 투자 대신 기존 케이블TV 가입자를 IPTV로 전환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케이블TV의 퇴출이 가속화되고 유료방송이 통신에 종속될수록 지역 케이블 사업자들의 입지가 큰 폭으로 줄면서 결국 국내 유료방송의 3대 축이었던 케이블TV 플랫폼은 퇴출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