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100여일 앞둔 수도권 격전지 민심이 안갯속에 휩싸였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예상후보 간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야권 단일화의 가능성이 사그라지지 않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민심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신당이 총선 향방의 조타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라이벌 매치'로 눈길을 끄는 서울 서대문갑을 비롯해 영등포을과 남양주갑·을 등 격전지의 민심을 들어봤다.
◇ '막상막하' 접전지…야권 분열이 아킬레스건서울 서대문갑은 연세대 81학번 동기 간 '라이벌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새누리당 이성헌 전 의원이 16·18대 총선에서, 더민주 우상호 의원이 17·19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2승 2패의 팽팽한 역대 전적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을은 지역구를 수성하려는 더민주 신경민 의원과 새누리당 권영세 전 의원의 공성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신 의원은 촌철살인의 클로징 멘트로 얼굴과 이름을 알렸고 지역에서 많은 수를 차지하는 호남의 지지를 받는 한편, 권 전 의원은 16대 총선부터 내리 3선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저력에 주중대사로 일하며 쌓은 노하우를 더해 조선족과의 갈등이라는 지역 현안을 풀 수 있는 인재라는 평가를 받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남양주갑·을 지역은 19대 총선에서 더민주 소속 의원들이 당선됐지만, 18대 대선에선 새누리당 박근혜 당시 후보를 민주통합당(현 더민주) 문재인 후보보다 2.79%p 더 지지하며 총선과 대선의 민심이 엇갈렸다.
더불어 남양주갑의 더민주 최재성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고, 남양주을의 박기춘 의원도 비리혐의로 구속돼 탈당과 함께 불출마를 선언해 지역구가 무주공산이 됐다. 또 20대 총선에선 현재 2개 지역구에서 한 개의 지역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여야간 총력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20대 총선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지 못하면서도 야권 분열이 악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년째 서대문구 염천동에서 살고 있는 이모(54·여)씨는 "이 곳은 후보나 당에서 어떤 정치적 돌발변수가 생기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며 "현재로썬 더민주의 분열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40년째 영등포구 대림동에 거주하는 최광자(70·여)씨는 "막상막하의 지역이라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며 "더민주의 집안싸움에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30년 동안 남양주시 금곡동에 산 정모(83)씨는 "야당이 무너지고 있는 데다 호남만 찾고 있다"며 "찍어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털어놨다.
◇ 3자 대결 '필패'…야권 연대 '신승'이들 지역 주민들은 여야 후보 간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초박빙의 판세에서 안철수 신당이 후보를 배출해 3자 대결이 된다면, 무조건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점쳤다. 야당의 지지층이 갈라질 게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총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를 통해 새누리당과 맞대결을 벌인다면, 야당이 신승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대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남양주시에 사는 대학원생 박모(30)씨는 "더민주와 안철수 신당은 '남남'이 될 수 없는 한 몸 같은 존재"라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이번 총선 결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등포을 지역구에 사는 김모(61·여)씨는 "야권 단일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연대한다면 야당 후보에게 지지층의 표가 결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안철수 신당, '돌풍' 예고 vs "기성 정치인 다 됐다"일부 주민들은 안철수 신당에서 후보를 배출해 3자 구도가 된다면, 오히려 안철수 신당에서 당선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안철수의 '새정치'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은 데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높은 만큼 '현역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RELNEWS:right}대림동에서 40년 동안 살아온 최모(64)씨는 "안철수 신당에서 참신한 인물이 지역에 출마한다면, 여야의 지지층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며 "안철수라는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전·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마음이 떠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염천동에 사는 이모(61·여)씨는 "신선하면서도 인지도가 있고, 지역구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후보가 안철수 신당에서 나오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더민주는 분열하고,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새누리당을 넘어 '새로운 바람'이 될 후보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새누리당(28.7%)에 이어 2위(18.3%)를 기록하며 더민주(16.6%)를 제치기도 했다.
반면 안철수 신당이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안 의원이 그동안 보여준 정치적 행보가 이미 민심을 잃은 기성 정치인들과 닮아가고 있고, 이번 탈당과 신당 창당 역시 공천권을 비롯한 '정치적 몫'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남양주 지역에서 4년 동안 택시운전을 한 심재철(66)씨는 "카리스마가 없는 안 의원이 당 내 세력이 약해서 공천권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탈당한 것 아니냐"며 "당내 비주류로 공천을 못받을 위험에 처해 탈당한 의원들과 신당을 창당하는 모양새로 볼 때 희망은 없다"고 못박았다.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2학년 조관흠(21)씨는 "우리나라 IT 최고 전문가로서 일을 잘했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 '새정치'를 해 줄 것으로 기대가 컸지만, 야당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구태정치인의 모습만 보였다"며 "총선에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연대할 가능성도 있지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