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유소년 육성으로 손꼽히는 항저우 뤼청과 2년간 계약한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좋은 선수보다 좋은 사람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박종민기자
"항저우는 나와 같은 철학을 공유한다. 좋은 선수보다 좋은 사람을 만들겠다"
현역 은퇴 후 연령별 대표팀을 맡아 승승장구했던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하지만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의 실패는 그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전환점이었다. 오랜 준비 끝에 홍명보 감독은 클럽팀 감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자신이 현역시절 몸담았던 한국이나 일본, 미국이 아닌 중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 시작에 나섰다.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뤼청과 계약한 홍명보 감독은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항저우와 2년간 계약한 홍 감독은 황인우 전 축구대표팀 의료팀장,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오범석과 함께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출국에 앞서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과 만난 홍명보 감독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다"면서 "클럽팀 감독은 처음이고, 중국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도전하기 때문에 분명 어려움은 있겠지만 여러 큰 무대를 경험한 만큼 이겨내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항저우가 최근 계속해서 강등권에 있었고, 나도 아직 선수단 파악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중국 선수들과 힘을 합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최근 중국 슈퍼리그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선수들을 경쟁적으로 대거 영입하는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도 항저우는 중국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통해 1부리그에 당당히 생존했다.
홍명보 감독 역시 항저우의 철학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많은 돈을 써서 감독과 선수를 영입해 상당한 홍보 효과를 얻는 팀도 있지만 항저우는 그렇지 않다. 항저우는 분명한 철학을 갖고 있어 나와도 잘 맞는다. 좋은 팀으로 성장할 분명한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홍 감독은 과거 연령별 대표팀을 지도했던 경험을 항저우에서 다시 한 번 발휘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축구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지만 분명 문제도 있다"고 분석한 그는 "좋은 선수보다 좋은 사람을 만들고 싶다. 항저우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프로의식을 가진 선수들을 키워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