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경기도가 누리과정으로 시작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에 놓이면서 남경필 지사의 트레이드마크인 '연정'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4일 남경필 지사는 경기도북부청에서 가진 시무식에서 연정 추진에 대한 의지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남 지사는 "당론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른데 정당간, 집행부와 의회간, 또 교육청과의 관계가 늘 웃음꽃이 만발할 수는 없다"며 "대화와 양보의 정신으로 하나하나 해결하면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이 탄탄한 연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남 지사 신뢰성 잃어…연정 재고할 시점"하지만 야당내에서는 '연정'이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 연정 파트너로서 남 지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누군가는 준예산 사태가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독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내각 총 사퇴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연정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재고해봐야할 시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번 사태로 남 지사의 연정에 대한 의식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남 지사가 야당과 교육청을 연정 파트너로 생각했다면, 양당 대표 협상 테이블에 느닷없이 나타나 남의 집(교육청) 예산을 편성해라 마라 한 건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 지사는 지난달 27일 양당 대표 협상 테이블에 나타나 "보육대란 현실화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처럼 대책 없이 가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면서 "가능하면 세워져 있는 교육청 유치원 예산 6개월치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배정해서 일단 대란을 막자"고 제안했다.
누리과정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해온 도의회 야당은 오히려 남 지사의 제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더민주당은 하루 뒤 성명을 통해 "도교육청 예산에 대해 도지사가 아무런 대안 없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경기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무례"라고 주장했다.
전날 더민주당 김현삼 대표가 준예산 사태에 대해 남경필 지사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 지사가 스스로 연정의 틀을 깨면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
김 대표는 "남 지사가 양당 대표 간 협상 중간에 공개적으로 끼어들어 교섭단체인 새누리당의 협상기능을 마비시켰다"며 "실질적인 대표 기능을 하고 있는 남 지사가 책임있는 사과를 하지 않으면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남 지사를 직접 겨냥했다.
◇ 중앙 정쟁에 한계 드러낸 '남경필 연정'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도 집행부와 도의회 야당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경기도 연정이다.
그런데 왜 이번 누리과정 예산편성에서만큼은 그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경기도 연정의 출발점이자 상징인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 그는 이번 사태로 인한 '연정 위기론'에 대해 "무엇보다 남 지사와 더민주당간의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에 금이 간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토로했다.{RELNEWS:right}
이 부지사는 "정치적 쟁점이 없었던 메르스 때와는 달리 누리과정은 양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다른 정치적 이슈였다"며 "뿐만 아니라 지방 정치 이슈도 아닌 중앙 정치 이슈를 지방에서 해결하려 한 것이 한계였다"며 말했다.
이 부지사는 남 지사의 연정이 지역이 아닌 중앙, 특히 중앙 정치 이슈에 대한 약점이 드러난 것을 두고 시스템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경기도 연정이 시작된 지 1년이 됐지만 너무 빠르게 많은 것을 진행해오면서 콘텐츠와 시스템 부재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며 "경기도 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 프로세스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