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과 관련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경기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 능력이 충분하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6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 예산담당관실은 지난달 말 '교육청 예산현황 비교분석(2015∼2016)'이라는 제목의 A4용지 한 장 분량의 문건을 만들었다.
문건은 경기도교육청이 예산을 절감하고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인 5천459억원의 82%까지 확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5년보다 축소발행 계획인 지방교육채 3천446억원, 학교용지부담금 잉여금 미반영 500억원, 도전출 미반영 528억원(교육급식 237억원, 초등화장실 개선 288억원, 재난안정 3억원) 등 4천474억원의 추가 세입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또 2015년도 지방세 결산 정산분을 1천억원 내외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추가세입 4천474억원과 결산분 1천억원을 합해 5천474억원의 세입이 더 늘 수 있다는 것.
세출 부문에서는 인건비와 올해 과도하게 편성한 학교회계전출금 등을 감액해 1천500억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순세계잉여금과 이월사업비에 대한 효율적 재정관리를 통해 1천억원의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세입에서 5천474억원을 늘리고 세출에서 2천500억원을 줄이면 7천974억원을 남길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올해 지방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더라도 4천528억원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으로 편성 가능하단 결론이다.
이에 대해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지난 연말 준예산 사태가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정말 교육청이 돈이 없어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는 건지 궁금해서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해명에도 몇 가지 의구심이 남는다.
하나는 이 문서가 도청 보고양식에 따라 작성됐다는 점이다. 단순히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알아보는 차원이라면 메모 형태로 정리하면 될 일이다.
관계자는 상부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신빙성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또 다른 의문점은 이 문건이 작성된 시점이다. 이 관계자는 "준예산 사태에 대해 거론되기 시작한 시점에 문건을 만들었다"고 했다.
준예산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시점은 지난달 29일쯤. 당시에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도교육청 재정상황에 대해 공개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한 시점과 맞아 떨어진다.
이 또한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문건이 작성됐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심각한 교육자치 훼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공문서 양식의 문건을 작성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기관을 우롱하는 행위이고 심각한 교육자치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문건의 내용도 맞는게 없다"며 "경기도는 진상을 분명하게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전출금(528억원)은 목적이 지정된 경비이고 학교용지부담금(500억원)은 연도별 전출계획에 따라 들어오므로 새로운 재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또 이월사업비 대부분은 학교 신증설비라 전용할 수 없고 인건비와 학교회계전출금도 절감편성이 어렵다고 도교육청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