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1212회 수요집회가 6일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렸다.
수요집회는 25년전인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범죄를 고발한 뒤 1992년 1월 8일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기수요 집회가 열리기 시작해 만 24년이 흐른 것이다.
2011년 12월 14일이 1000번째 정기수요 집회때 '평화의 소녀상' 또는 '평화비'로 불리는 소녀상이 일본 대사관 건너편에 세워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 소녀상이 이전 되거나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양국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하는데 노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12월 28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소녀상을 지키는 젊은이들이 나타났다. 대부분 대학생들이지만 청장년층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그들은 왜 소녀상 사수에 나섰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과 이를 지키는 사람들 (사진=권영철 기자)
▶ 소녀상을 지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말인데 어떤 사람들인가?= 주로 대학생들이었는데 '불특정 다수의 젊은이'라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6일 저녁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지키던 젊은이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만난 젊은이들이 대부분 대학생들이라고 했다. 대학생 외에도 주위에서 이들 학생들을 지원하거나 돕는 청장년들도 보였다.
대학생들 중에는 평화나비네트워크 동아리 소속 학생들도 있었고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생들이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기를 꺼렸다. 경찰에 집회에 참석하거나 소녀상 주변에서 농성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소환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수요집회가 열렸다. (사진=권영철 기자)
6일 12시 1212회 정기수요집회가 열렸는데 주최측 추산 1,500여명 경찰추산 1,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현장의 열기는 대단했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반크'동아리 학생들이 참석했고 부천의 어린 학생들도 피켓을 들고 참석했다. 어린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도 많았고 점심시간 직장인들도 많았다. 저녁 7시에는 100여명이 참석한 촛불집회가 열렸는데 12.28 합의 이후 매일 밤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 젊은이들이 왜 소녀상 지킴이로 나선거냐?= '굴욕적인 협상'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또 위안부 문제의 상징이 된 소녀상이 갑자기 철거되거나 이전 될 수 있기 때문에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답변이었다.
소녀상 지킴이 활동에 참가한 윤 모 군은 "지난달 28일 한일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합의했다는 뉴스를 보고 분노해서 집회에 참석하게 됐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징인 소녀상을 지키는 일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모 군은 "25년간 싸워온 할머니들이 '우리 나이가 싸우기 좋은 나이'라며 싸움의 의지를 밝히는 걸 듣고 동참하게 됐다"며 "굴욕적인 위안부 문제 합의는 일본 아베 정권과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비수를 꽂은 것이라며 무효화 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학생들의 핫팩과 담요들 (사진=권영철 기자)
평화나비네트워크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는 문 모 군은 "매주 수요집회에 참석했는데 소녀상이 철거되거나 이전 될 위험에 처했다는 얘길 듣고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군은 "신정연휴 기간인 지난 2일 난생 처음 노숙 농성을 해봤다"며 "농성을 시작할 때는 답답했지만 많은 시민들이 핫팩과 음료수 간식거리 등 물품들을 너무 많이 보내줘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홍 모 양은 "순번은 따로 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와서 자리 지킨다. 기한 없이 농성장 운영된다고 해서 겨울방학 끝날 때까지 올 수 있다면 올 것"이라면서 "춥긴 춥다 감기걸렸다. 시민들이 핫팩이랑 많이 갔다주고 가수 이승환씨도 담요를 주고 갔다"고 말했다.
이 모 양은 일본 정부가 내겠다는 돈이 지진났을 때 우리가 기부한 금액보다 훨씬 적은 돈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예산액보다 적은 돈이라 어이가 없었다"면서. "사실 돈보다 할머니들의 고통을 돈으로 치부하려는 환산하려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사람들 (사진=권영철 기자)
소녀상 주위에서 밤을 새며 지킴이 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매일 20여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생은 "밤새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20명 정도 된다"고 말했고 경비를 서고 있는 한 경찰관도 "새벽에는 15명 안팎 정도 된다"고 말했다.
▶ 가장 궁금한 건데, 우리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하기로 합의 해 준게 맞는거냐?= 합의를 해줬느냐? 이렇게 물으면 '합의는 아니다' 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발표는 "일본정부가 한국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을 우려하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단체와의 협의하에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이니까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지 꼭 이전한다고 약속하거나 합의한 건 아니다.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외교부 동북아 국장을 지낸 조세영 동서대 교수 (일본연구센터 소장)은 "정부가 합의까지 해 줄수가 있을까? 정부도 여론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노력한다고 했으니까 그걸 믿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 여론에서 밀리면 발을 뺄 수 있는 여지는 남겨 났을 것"이라면서 "'이전한다고 합의한다'는 것이라면 이행해야 하는 것이지만, 노력한다는 표현이니까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 한 발 물러섰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것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28 합의 이후 외교부 대변인이 실명으로 소녀상 문제에 대한 정부 견해를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한 발 물러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일본 정부가 계속 발표하는 걸로 봐서는 이면 합의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닐까?= 그래서 전직 외교관들에게 물어봤다. 외교관들의 언어가 있을 것 아니냐? 저 정도의 발표가 나올려면 어느 정도 깊이있는 얘기가 오고 간 것이냐?를 물어봤다.
조세영 교수는 "외교 협상에서는 발표보다는 분명 플러스 알파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 협상은 케이스바이케이스여서 세세히 알 수는 없지만 실제 협상과정에서는 그 이상의 표현이나 공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다. 조 교수는 "대화를 하면서 노력한다고 그랬지만 90%는 옮긴다는 분위기로 읽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설명은 표현은 '노력한다'는 것이지만 실제 협상과정에서는 일본은 합의하라고 졸랐을 것이고 우리 정부는 '합의한다'는 단정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거의 옮기겠다는 그 정도의 늬앙스는 줬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렇지만 '사실상 약속했거나 합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직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정황이나 발표된 문구를 보면 그렇게 하기로(소녀상을 이전하기로) 한 것 같다. 약속을 해 준 것 같다"면서 "일본이 국내문제는 모르지만 국제관계에서 근거없는 말을 막하지는 않는다" 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안부문제처럼 한국국민들의 감정이 심각하게 얽혀있는 일을 정부간 합의가 덜 된 상태에서 저렇게 바람몰이로 몰고갈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거는 근거가 있으니까 모는 거지, 없는데 몰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렇게 몰았다가는 자신들이 역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
윤병세 외교장관이 발표한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는 일종의 외교적 수사로 봐야 한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전직 한 고위외교관은 "그런 표현은 '외교적 수사'라면서 한 쪽은 하라고 주장하고, 한 쪽은 꼭한다고 약속하기는 어렵다고 할 때 '적절히 노력한다' 정도의 표현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본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상은 "적절히 이전될 것이라는 인식에 변함이 없다"며 거듭 소녀상 이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합의에 따라, 한국 측에서 적절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소녀상 철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가 정치적 선언이냐 아니면 일종의 조약인거냐?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수요집회가 열렸다. (사진=권영철 기자)
= 조약이라면 국회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게 없다. 또 위안부 합의가 조약으로 할 사안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이걸 정치적 선언이라고 하기에는 맞지 않다. 양국의 외교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전직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조약도 정치적선언도 아닌 일종의 계약으로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두에 의한 합의건 문서에 의한 합의건 국가간 합의가 맞다."면서 "A와 B의 의견이 합치되는 게 계약이므로 이번 양국간 합의는 구두에 의하건 문서에 의하건 계약이다"라고 말했다. 국가간 합의니까 지키지 않고 나몰라라하면 국가간 신용도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 소녀상이 정말 이전 될까?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수요집회가 열렸다. (사진=권영철 기자)
= 가만히 있으면 이전 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국민여론이 비판적이고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매일 촛불집회를 연다면 쉽게 철거하기 어려울 것이다.
12.28 합의 이후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 침묵하던 정부가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것을 분명히 하겠다" 고 물러선 것도 국민들의 여론 때문일 것이다.
국민여론은 더 나빠지고 있다.
합의안이 발표된 다음날인 12월 29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소녀상 이전에 반대한다는 여론이 66.3%였는데 5일 중앙일보의 여론조사에서는 74.4%가 소녀상 이전에 한국 정부가 노력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박종민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언론인터뷰에서 "소녀상은 한일 합의에 앞서 국민과 약속된 불가역의 상징적인 조각이자 자리다. 아픈 상처를 가진 국민에게 기댈 언덕이 돼주는 게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자 책임인데 소녀상을 철거해선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소녀상이 있는 종로구의 김영종 구청장도 "국민적인 합의 없이는 철거할 생각이 전혀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거나 그럴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세월호 참사' 같은 아무리 큰 일이 일어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편을 갈라 여론 물타기를 해왔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엄마부대와 탈북엄마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대협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한일 위안부 협상 결과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제공)
4일 엄마부대가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사무실 앞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라는 시위를 한데 이어 6일 수요집회가 끝날무렵 이른바 '어버이 연합' 소속의 어르신들이 나타났다. 이 어러신들은 동일한 상표의 두툼한 겨울용 파카를 입고 몰려와서는 소리를 지르고 일부 어르신은 집회 참가자들을 '빨갱이'라고 외치면서 소녀상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대한민국효녀연합 회원들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이 평화의 소녀상으로 향하자 막아서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아베를 비판하겠다며 집회를 열도록 비켜달라고 하더니 결국은 이번 12.28 합의를 수용하라는 주장을 했다. 이렇게 물타기를 시도하면서 언제 '평화의 소녀상'을 이전하려고 나설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긴장하고 지켜보지 않는다면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RELNEWS: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