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들에게 화재 등 모든 사고 시 일단 무조건 다음 역까지 운행한 후에 승객을 내리게 하라고 교육합니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안전관리본부장)
서울메트로는 7일 전날 퇴근길 지하철 4호선 운행 중단 사고 원인과 대책을 발표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정작 사고현장에서 승객들은 이상을 느낀 즉시 스스로 비상문을 열고 탈출했다.
단전으로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대구 지하철 참사와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사고 현장을 신속하게 떠나지 않고 안내만 기다렸다가는 생명에 위협이 있을 수 있다는 공포가 자리 잡았다.
안내방송 불통을 인지한 기관사와 차장이 핸드마이크를 들고 객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약 800명의 승객이 스스로 한성대입구역과 성신여대입구역 사이 750m 터널로 탈출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기관사가 바로 관제소에 알려 반대편 열차의 운행을 중단시켜 다행히 2차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매뉴얼에 따른 대피가 아니었던 탓에 조치 시간이 약 29분 지연됐다.
탈출 과정에서 17명의 경상자도 발생했고, 퇴근길 승객들은 1시간 이상 발이 묶여 불편을 겪었다.
메트로는 전날 사고 같은 경우 승객들이 내리지 않았다면 30분 내 후속 조치를 끝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열차 내 화재가 나더라도 일단 다음 역까지 가서 조치하는 게 더 유리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설사 불이 나도 다음 역까지 가야 소화기와 소화전도 있고 승객도 쉽게 내릴 수 있다. 터널 중간에 내리면 승객들을 대피시킬 공간도 마땅치 않고 연기 때문에 2차 사고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 지하철 참사 후 차량 의자 등 자재를 모두 난연, 불연 재질로 교체해 그렇게 크게 불이 번질 우려는 없다"며 "1∼2분이면 다음 역에 도착할 수 있어 옆 칸으로 이동하면서 기다렸다 대피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날 사고의 경우 안내방송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승객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2호선 상왕십리 열차 추돌과 3호선 도곡역 방화 등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열차 내 사고가 끊이지 않아 승객들에게 무조건 안내를 기다리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분위기가 됐다.
정 본부장은 "승객이 한분 두분 내리면 다른 열차를 다 통제하고 확인하고 왔다갔다하는데만 20분이 걸린다"며 "열차 내에서 기관사 등 직원의 안내를 기다리는게 기술적으로도 안전하다고 시민께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