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언니, 기대해주세요' 10일 끝난 전국 남녀 피겨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의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깨고 정상에 오른 유영.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제 2의 김연아로 기대를 모은다.(자료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언니들을 제치고 국내 최고 권위의 피겨 스케이팅 대회 정상에 오른 유영(문원초). 만 11살의 나이로 '피겨 여왕' 김연아(26)의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영은 10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끝난 '제70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8.53점, 예술점수(PCS) 54.13점 등 합계 122.66점을 기록했다. 전날 1위였던 쇼트프로그램 61.09점까지 총점 183.75점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김연아가 지난 2003년 세운 최연소 우승 기록(만 12세 6개월)을 경신했다. 만 11세 8개월의 유영이 김연아보다 10개월 먼저 이 대회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러면서 유영은 단숨에 '제 2의 김연아'로 자라날 재목으로 떠올랐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어린 나이에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등 고난도 기술을 깔끔하게 구사해내는 유영인 까닭이다. 국가대표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이유다.
유영의 경기를 지켜본 김연아 역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시상식에 참가한 김연아는 유영에 대해 "지난해부터 잘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내 초등학교 시절보다 더 잘한다"라면서 "부상만 없으면 실력이 더 좋아질 선수"라고 힘을 실어줬다.
▲"현재 가장 기대되는 선수…부상 방지, 성장 중요"
'이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난 2014년 전국 종합 피겨 대회에서 김연아(가운데)가 우승한 뒤 박소연(왼쪽), 김해진 등 후배 입상자들과 함께 했던 모습.(자료사진)
그동안 '제 2의 김연아' 후보들은 적지 않았다. 올림픽을 제패한 피겨퀸의 모습을 보고 자란 '김연아 키즈'들이 숱하게 나왔지만 아직까지 그 명성에 어울릴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가장 먼저 '제 2의 김연아' 후보로 떠올랐던 선수는 곽민정(22 · 이화여대)이었다. 곽민정은 김연아가 정상에 오른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 함께 출전해 13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따냈던 곽민정은 그러나 이후 부상과 체형 변화 등으로 고전하다 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나선 상황이다.
이후 '포스트 김연아'의 자리는 박소연(19 · 신목고)과 김해진(19 · 과천고)이 다퉜다. 김연아와 함께 2014년 소치올림픽에 나선 김해진과 박소연은 각각 16위, 21위에 그쳤지만 프리스케이팅 출전까지 이루면서 희망을 키웠다.
하지만 역시 세계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박소연은 소치올림픽 이후 세계선수권 9위, 그해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 5위 등 선전했지만 최근에는 주춤한 모습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유영의 우승을 지켜보며 5위(161.07점)에 머물렀다. 급격한 체형 변화를 겪고 있는 김해진은 17위(143.31점)에 그쳤다.
'장학금 받고 클 꿈나무는 누구?' 김연아(가운데)가 10일 전국 남녀 피겨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진행된 장학금 전달식에서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오른쪽) 등과 포즈를 취한 모습.(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이런 가운데 유영이 어느새 언니들을 제치고 '포스트 김연아' 경쟁의 선두 주자로 떠오른 모양새다. 최다빈(16 · 수리고)과 안소현(15 · 목일중)도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번 대회 2위와 9위(154.59점)으로 유영에 밀렸다.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유영에 대해 "워낙 잘 하고 있고 고난도 기술을 구사해 현재로서는 가장 기대해볼 수 있는 선수"라면서도 "앞으로 부상을 방지하고 더욱 커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공경원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도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도 "아직은 시니어 무대에 나설 수 있는 만 15세 이전이라 조금 더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은 연령 제한으로 평창올림픽 대신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과연 어떤 '제 2의 김연아'가 멋진 연기로 세계를 다시 놀라게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