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과연 누가 웃을까' 김경문 NC(왼쪽), 김성근 한화 감독은 각각 두산과 SK 시절 2000년대 후반 한국시리즈 등 가을야구에서 치열한 명승부를 펼쳤다. 두 팀의 전력이 상승해 올해 8년 만에 두 감독의 한국시리즈 재격돌에 대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자료사진=윤성호 기자, 한화)
2016년 KBO 리그 한국시리즈(KS) 대진표는 어떻게 될까. 2010년대 최강팀으로 군림했던 삼성의 전력이 예년만 못한 상황이라 어느 팀이 우승컵을 위한 길목에 나설지 점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이동과 외적 변수 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상은 해볼 수 있다. 일단 현 시점에서 가장 KS 진출에 근접한 팀은 '공룡 군단' NC다. 지난해 정규리그 2위의 전력을 고스란히 보유한 데다 3루수 거포 박석민을 영입하며 타선이 한층 더 강화됐다.
이밖에도 KS 진출에 어울릴 만한 팀은 적잖다. 썩어도 준치라고 삼성은 삼성이다. 박석민과 마무리 임창용이 빠졌지만 그래도 우승권으로 분류된다. 도박 파문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윤성환과 안지만의 수사 결과에 따라 다시금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도 충분히 타이틀 수성을 바라볼 만하다. 간판 타자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로 진출했지만 전력의 두께는 리그 정상급이다. KS 2연패 도전 여부는 외인 타자 활약에 달려 있다.
여기에 한화도 KS 진출을 애타게 노리는 팀이다. 최근 3년 동안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해온 한화는 올해 승부를 걸었다. 간판 4번 김태균과 SK의 막강 불펜 정우람에 모두 4년 84억 원씩을 안기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뜨거웠던 2000년대 SK-두산의 격돌만약 NC와 한화가 KS에서 맞붙는다면 흥미로운 대결이 성사된다. 2013년부터 1군에 합류한 NC와 한화는 물론 첫 KS 만남이다. 그러나 두 팀 사령탑은 구면이다.
바로 '야신' 김성근 한화 감독(74)과 '올림픽 金감독' 김경문 NC 감독(58)이다. 만약 둘이 KS에서 만난다면 8년 만의 재회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명장들의 KS 재격돌은 2016시즌을 달굴 또 하나의 포인트다.
'그땐 그랬지' 2000년대 후반 뜨겁게 가을야구를 달궜던 당시 김경문 두산(왼쪽), 김성근 SK 감독의 모습.(자료사진=윤창원 기자)
2000년대 후반 두 감독은 치열한 정상 다툼을 벌였다. 2007년 첫 대결부터 뜨거웠다. 김경문 감독의 두산은 당시 KS 1, 2차전을 잡아내며 정규리그 1위였던 SK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의 SK는 이후 내리 4연승을 거두며 기적적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KS 역대 최초의 2연패 뒤 우승이었다. (이후 2013년 삼성이 두산에 2연패 뒤 역전 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듬해인 2008년에도 두 사령탑은 KS에서 만났다. 이번에도 두산은 정규리그 우승팀 SK를 첫 판에서 누르고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SK는 이후 4경기를 쓸어담으며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김경문 감독은 그해 여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야구 최초의 금메달을 안겼다. 숙적 일본과 아마추어 최강 쿠바, 종주국 미국 등은 연파하며 9전 전승의 퍼펙트 우승의 신화를 썼다. 하지만 KS 우승과는 다시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9년에도 두 감독은 가을을 뜨겁게 달궜다. 비록 KS는 아니었지만 포스트시즌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당시 정규리그 3위였던 두산은 2위 SK와 플레이오프(PO) 1, 2차전을 잡으며 기선을 확실히 제압했다. 07, 08년의 아쉬움을 설욕할 태세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SK는 내리 3경기를 따내며 KS에 진출했다.
▲2000년대 명장들, 2010년대 KS 재회는 뜻깊다이후 두 감독은 가을야구 재회가 없었다. 2010년에는 두산이 PO에서 삼성에 져 SK가 선착한 KS에 나서지 못했다. 2011시즌에는 나란히 두 감독이 이런저런 이유로 팀을 떠났다. 김경문 감독이 먼저 자진사퇴했고, 김성근 감독도 뒤미처 SK 유니폼을 벗었다.
그러다 김경문 감독은 NC를 맡아 2013시즌부터 1군 무대에 섰다. 독립 구단 고양 원더스를 이끌던 김성근 감독 역시 지난해부터 한화 지휘봉을 잡았다. 일단 정규리그에서는 김경문 감독의 NC가 김성근 감독의 한화를 11승5패로 압도했다. 가을야구는 NC만 진출했다.
'KS에서 만나자' 지난해 각각 삼성과 SK를 떠나 거액에 NC와 한화로 이적한 내야수 박석민(왼쪽)과 좌완 정우람.(자료사진=NC, SK)
하지만 올해는 두 감독이 포스트시즌에서 재회할 가능성이 적잖다. NC는 현재 우승후보 1순위다. 정규리그 MVP 에릭 테임즈와 골든글러버 나성범, 회춘한 이호준 등이 이끄는 타선에 박석민이 가세했고, 마운드에는 다승왕 에릭 해커에 10승 듀오 이재학-이태양, 재크 스튜어트 등이 건재하다.
한화도 올해만큼은 가을에 야구할 공산이 크다.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 이용규-정근우에 김태균, 김경언, 최진행 등이 버틴 경쟁력 있는 타선에 무엇보다 마운드가 크게 보강됐다. 정우람과 스윙맨 심수창은 불펜의 깊이를 더해줄 만하다. 승부사 김성근 감독은 사실상 올해 올인을 선언한 상태다.
사실 두 감독은 2000년대 한국 야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쌍끌이 사령탑이었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와 탄탄한 수비, 강력한 마운드로 한국 야구의 역동적인 흐름을 이끌었다. 선이 굵은 전술을 구사한 김경문 감독과 세밀한 작전 야구의 대명사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은 사뭇 달랐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철한 승부 근성만큼은 빼닮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의 원동력이었다. 김현수, 이종욱(현 NC), 고영민 등 두산과 김광현, 정근우, 정대현(현 롯데) 등 SK 선수들은 두 김 감독 밑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국제무대에서도 마음껏 발휘했다.
21세기 한국 야구의 발전을 이끌어온 명장 김성근과 김경문. 과연 두 사령탑이 뜨거웠던 2000년대의 KS 기억을 올해 재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