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호남민심 잡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야권 텃밭'인 호남 주도권을 잡아야 다가올 총선 경쟁이나 연대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당과 자신의 지지율이 부진하자 적극적으로 민심 되돌리기에 나섰다.
문 대표는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당내 탈당 움직임 등 혼란이 좀 가라앉고 난 뒤 방문하는 것이 옳다"는 당내 의견에 따라 잠정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늦어도 1월을 넘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문 대표는 또 호남특위와 선거대책위원장 중 한 명을 호남 인사로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완곡한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결실을 맺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호남특위는 사실상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하지만 공동선대위원장의 경우 여러가지 인사들을 물색하고 있고, 호남 인사 위주로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호남출신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 행렬을 이어가며 국민의당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문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13일 주승용·장병완 의원이 탈당하면서 안철수 의원 이후 14명의 현역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향했다. 이 중 호남의원은 6명이다. 호남 맹주 박지원 의원과 김영록 의원, 박혜자 의원 등의 탈당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2일 'DJ비서실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탈당한 것 역시 더민주를 향한 호남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도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 합류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김병관 웹젠 의장,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오기형 변호사 등 호남 출신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자연스럽게 '호남 물갈이'로 맞대응하고 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창당준비위 발족 이후 첫 공식일정으로 광주와 호남을 방문했다. 그는 '호남의 사위'로 자칭하며 호남에 대한 러브콜을 보냈다.
호남의 확고한 지지가 곧 신당 창당 성공의 열쇠란 판단에서 나온 행보란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안 의원으로서는 더민주와 문 대표의 지지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호남적자'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분석이다.
안 의원의 인재 영입 키워드 역시 '호남'이다. 지난 8일 첫 인재영입으로 김동신 전 국방장관과 허신행 전 농수산부 장관, 한승철 전 대검감찰부장, 이승호 전 육군본부 작전처장, 안재경 전 경찰대학장 등 5명의 입당식을 열었다.
모두 호남 출신이어서 화제가 됐지만, 이 가운데 한승철 전 대검감찰부장 등 3명이 과거 비리 혐의 의혹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허겁지겁 영입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미 국민의당에는 호남이 지역구인 탈당 의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주승용, 김동철, 임내현, 황주홍, 권은희, 김관영 의원 등이 국민의당에 자리를 잡은 것을 두고 한 국민의 당 관계자는 "호남 민심이 국민의당으로 쏠리고 있다는 방증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야권의 호남 민심잡기 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신경전도 격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