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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보육대란' 책임 떠넘기기 행정의 부끄러운 민낯

칼럼

    [사설]'보육대란' 책임 떠넘기기 행정의 부끄러운 민낯

    • 2016-01-21 18:07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덕수궁길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원상복구 촉구 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엄동설한에 교육문제로 우리 사회가 온통 난리법석이다. 수개월 전부터 사실상 예견됐던 보육대란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 경기, 광주, 전남 등 네개 교육청이 20일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 1월 지급시한이 도래했는데도 보육기관에 단 한푼의 돈도 내려 보내지 않았다.

    곧바로 유치원 교사들의 임금이 체불되고, 급식비와 난방비 지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해당 지역 학부모들은 1월 보육료에서 공립유치원은 최대 11만원, 사립은 최대 29만원까지 추가 부담을 지게 될 수도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는 20일, 경기도지회는 21일 각각 지방의회를 찾아가 누리과정 예산의 원상복구를 촉구하는 항의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해당 지방의회가 수수방관한다면 누리과정 예산을 삭감한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주민소환제를 시행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음주부터 학부모들에게 유치원비 납부를 고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유치원비는 무상인데 원비를 납부하라는 건 말도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여야 정치권은 상대를 겨냥해 날선 비난을 퍼붓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지자체와 지방의회는 서로 으르렁대며 부끄러운 네탓 공방만을 거듭하고 있다.

    급기야 남경필 경기지사는 "중앙정부도 교육청도 돈을 못내겠다니 도가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경기교육청은 남 지사의 포퓰리즘 행보라며 반대하고, 성남과 화성시는 국가사업에 지방세를 투입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도비 지원금을 받지 않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만 3∼5세 아이들의 무상보육을 위한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펼쳐지고 있는 책임 떠넘기기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여야의 네탓 공방,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치킨게임에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입는 기가 막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21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가 부산에서 열렸다. 보육대란을 불러온 누리과정 문제가 긴급안건으로 상정됐다. 이준식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교육현안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며 사실상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호소했다.

    그러나 협의회 측은 교육부의 누리과정에 대한 추가 지원없이는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만시지탄이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봐야 하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보육책임 의원,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 대표가 22일 중에 긴급 협의를 갖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우선 끄고 중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만일 여당이 이에 성실히 응하지 않으면 보육대란의 모든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있다고 경고하면서 예비비를 편성할 것도 정부에 요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올해 교부금과 지방세가 증가해 재정이 충분한 상황인데도 유독 야당성향의 지자체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서 정쟁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NEWS:right}또 이같은 행태는 소중한 아이들을 볼모로 보육대란을 일으켜 총선 정국에서 악용하겠다는 비윤리적이고 정치적인 꼼수라고 지적했다.

    보육대란을 불러온 누리과정 문제는 임시방편의 땜질처방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갈등과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고, 중앙과 지방정부 사이의 재정 분담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다섯살 미만 아이들의 보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던 자신의 대선공약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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