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변진섭(사진=공식 홈페이지)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 변진섭(51)이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등장해 화제를 낳고 있다. 그동안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10대, 20대 시청자를 겨냥해 아이돌 가수 위주로 출연시켜 왔다. 변진섭의 출연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을 통해 재조명 된 변진섭, 그의 귀환이 아이돌 중심의 가요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까.
"너에게로 또 다시 돌아오기까지가 왜 이리 힘들었을까. 이제 나는 알았어. 내가 죽는 날까지 너를 떠날 수 없다는 걸."
지난 24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에서 변진섭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무대에서 자신의 히트곡 '너에게로 또 다시'와 최근 내놓은 신곡 '하루하루'를 불렀다.
이날 방송에는 아이돌 가수 틴탑, 아이콘, 달샤벳, 스텔라 등이 출연했다. 이들 그룹의 화려한 군무와 기교 넘치는 창법 사이에서, 담담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변진섭의 목소리는 역설적으로 빛을 발했다. 무대 앞을 메운 젊은 관객들도 숨죽인 채 명가수의 노래를 감상했다. 인기가요 프로그램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사실 각 방송사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아이돌 가수들 위주로 꾸며져 왔다. 이들 가수의 음원을 소비하는 층이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이다보니, 방송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으리라. 하지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응팔을 통해 젊은 시청자층도 변진섭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이러한 흐름이 그를 가요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킨 셈이다.
음악평론가로 활동 중인 강태규 뮤직팜 이사는 변진섭에 대해 "누구나 따라 부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보컬리스트"라는 표현을 썼다.
강 이사는 25일 CBS노컷뉴스에 "1980년대 후반 데뷔해 90년대까지 '발라드의 황제'로 불린 변진섭은 힘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노래를 부른다"며 "이 점이 누구나 따라 부르고 싶은 충동을 줬는데, 당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변진섭은 따뜻한 목소리로 대중의 정서를 건드렸는데, 그와 작업한 스태프들은 대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당대 최고의 인물들이었다"며 "이 점은 세월이 흘러도 그의 노래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이다. 앞으로도 20년을 더 사랑 받을 수 있는 튼튼한 발라드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변진섭은 당대 최고 음악가들의 작품을 자기만의 색깔로 대중과 연결시켜 준 상징적인 존재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