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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설득하겠다던 부총리, 질문도 안 받네

기자수첩

    [뒤끝작렬] 설득하겠다던 부총리, 질문도 안 받네

    유일호 부총리 첫 대국민담화서 입법 촉구…질의응답은 안해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장관들과 함께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국회, 언론, 이해관계자, 시민사회와 직접 부딪혀 설득하고 개혁의 결실을 이끌어내야 한다. … 제가 가장 앞에 서겠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취임 당시 취임사를 통해 다짐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다짐을 내세운지 불과 보름 남짓 지난 시점에서 유일호 부총리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는 기자들의 질문 기회를 차단했다. 설득하겠다던 그의 다짐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유 부총리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청년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주제로 호소문을 발표했다. 부총리의 공식적인 첫 대국민 메시지였다. 100여명에 가까운 기자들과 수많은 방송 카메라들이 몰렸다. 심지어 한 지상파 방송에서는 생중계까지 실시했다.

    이처럼 뜨거운 취재열기 속에 진행된 대국민 호소문은 그러나 다분히 책임 떠넘기기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

     

    유 부총리는 "구조개혁의 성패는 입법에 달려있다"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의료 영리화로, 노동개혁 4법이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억측이요, 괴담",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타협을 파기한 계기가 된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에 대해서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장치"라는 주장만 내세웠다.

    또,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 제도를 지목한 듯 "일부 지자체는 '청년수당'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곳간을 헐어 쓰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며 원색적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소문 어디에서도 이러한 비판의 근거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 때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근거를 찾아내는 것은 기자들의 몫이다. 기자들은 질문을 통해 궁금증을 묻고, 논리의 완결성을 점검한다. 하지만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기자들에게 질의응답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발표 계획안에는 버젓이 질의응답 시간이 별도로 명시돼 있었지만, 이 또한 무시됐다.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이 없음을 양해해달라"는 대변인의 말만 공허하게 흘렀다. 확인결과 기획재정부 기자단과의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내려진 결정이었다.

    {RELNEWS:right}10여분 만에 대국민호소문을 낭독한 유 부총리는 미리 예정됐던 언론 질의응답을 거부한 뒤 곧바로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몇몇 기자들이 "질문도 받지 않는 기자회견이 어디 있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유 부총리는 "기자단과 오찬을 할 때 설명하겠다"고 무안한 듯 겸연쩍게 말하고는 황급히 퇴장했다. 뒤에 서있던 경제관계부처 장차관들도 묵묵부답 고개를 숙인 채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직접 부딪혀 설득해야 한다. … 내가 앞장서겠다"던 유일호 부총리의 취임사 속 다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최경환 전 부총리는 2차례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2014년 8월 26일에는 경제활성화 법안처리를 호소하면서 2개의 질문에 답했고, 메르스 관련 대국민 당부사항을 발표한 지난해 6월 10일에도 3개의 질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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