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416 기억저장소'가 기획한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네번째 손님은 故강승묵 학생의 어머니 은인숙 씨입니다.
세월호 사고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오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봅니다.
은인숙 씨에게 그날은 좀 바빴습니다. 승묵이는 수학여행을 갔고, 딸 민정이도 당일 수련회를 간다고 해서 아침에 주먹밥을 준비해줬습니다.
승묵이 아빠가 "아이들도 없는데 언니랑 동생이랑 바람 좀 쐬러 갔다오라"고 해서 민정이 주먹밥을 해주고 천안에 언니, 동생을 만나러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옥천쯤 내려갔을까. 큰 올케 언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승묵이 아빠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받더라고요. 알고봤더니 승묵이하고 아빠가 통화를 했다는 거예요. 승묵이가 지금 구명조끼 입고 해경도 와있다고 한다고. 그래서 아빠가 '승묵아 너무 우왕좌왕하면 안되니까 차근차근 마음 갖고 선생님이 하라는 지시 따라서 잘 나오라'고 했다고 해요.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더라고요"이게 다였습니다.
승묵이 아빠는 다시 승묵이에게 전화를 했지만 더이상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승묵이는 4월 24일, 시신으로 변해 부모곁에 돌아왔습니다.
은인숙 씨는 지금도 승묵이가 수학여행 떠나던 날, 평소같이 뽀뽀도 못해주고 안아주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합니다.
"수학여행 전날 밤 12시쯤 승묵이가 집에 왔어요. 그것도 제가 재촉을 해서. 일찍 들어와서 짐도 챙기고 해야하는데 들어오질 않으니까 제가 좀 화가 난 상태였거든요. 애가 알러지가 있어서 잘 안 사주는 피자도 제가 3판이나 사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승묵이한테 잘 갔다오라는 말만 하고 저는 가게 문을 열러 갔어요. 평소 같으면 뽀뽀도 해주고 안아줬을텐데 그때도 화가 안풀린 상태여서. 더 안아주고 더 좋을 말을 더 많이 왜 못해줬을까…"세월호 사고 이후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실어증까지 찾아왔던 은인숙 씨.
은씨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지난해 담양의 한빛고등학교 방문과 밀양 송전탑 할매들을 만나고 나서였습니다.
"담양에서 열리는 간담회를 가자고 해요. 처음에는 승묵이 또래 아이들을 보면 힘들 것 같고 해서 망설였는데. 또 멀어서 거기 가다가 사고라도 나면 민정이 혼자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간담회 끝나고나서 남자 애들이 '엄마 고마워요' 하면서 저를 안아주는데 마치 승묵이를 안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밀양 송전탑 반대 어머님 한 분이 '우리는 내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싸우고 있지만, 너희는 생떼같은 자식들을 잃고 그냥 집에서 마음만 아파하면서 울기만 하면 되느냐'고 하셨어요. 꼭 저한테 하시는 말씀 같아서 '아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승묵이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승묵이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들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는 은인숙 씨.
"승묵이가 어떤 아이였을까가 궁금해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한 적이 있어요. 승묵이가 술도 먹고 담배도 피우고 했다는 얘길 들었죠. 좀 놀라기는 했지만 의외로 저한테는 위로가 됐어요. 그 나이에 호기심 있는 것을 해보고 갔다라는게 위안이 되더라고요. 승묵이 아빠도 승묵이가 술먹고 난 다음의 모습을 굉장히 궁금해했어요. 친구들이 '얼굴에 티는 안나는데 승묵이는 술먹으면 막 웃다가 잔다'고 하니까 아빠도 기분이 좋은지 '그랬구나'하더라고요"
'416의 목소리' 방송은 팟캐스트 포털서비스 ‘팟빵’, 416의 목소리 페이스북 페이지, 노컷뉴스 홈페이지 등에서 청취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가족의 소리를 기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