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를 발표했지만 실제 이행 과정에선 ‘남북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8.14합의)’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남북관계의 잠재적 뇌관이 될 전망이다.
8.14합의는 지난 2013년 5월부터 시작된 개성공단 1차 가동 중단 사태를 풀기 위해 7차례의 남북 실무회담 끝에 같은 해 8월 어렵게 도출된 것이다.
남북은 당시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합의했다.
합의문대로라면 북한은 이번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남측의 일방적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책임을 따지려 들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그때 정세가 무엇이라고 규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최근 계속된 도발과 위협적 정세로 인해 개성공단을 정상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8.14합의 위반을 논하기에는 현 정세가 너무 엄중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설 연휴 기간 동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공론화에 이어 개성공단 카드를 거의 동시에 빼들며 초강경 입체 압박에 나섰다.
북측 움직임을 보면서 순차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갈 것이란 예상을 깨고 가용한 실탄을 일시에 쏟아부으며 선수를 친 셈이다.
이는 배수진을 치듯 우리 스스로 결연한 의지를 내보임으로써 중국 등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이끌어내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남북교류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 폐쇄까지 염두에 둔 초강수에도 북한이 별 반응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북한을 무릎 꿇게 한 대북 확성기 ‘신화’를 다시 기대하는 눈치지만 이번에는 여의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오히려 북한이 8.14합의를 근거로 남측에 책임을 돌리고 그에 상응한 행동에 나설 경우 남북관계는 회복불능의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은 모든 책임은 남측이 져야 한다고 할 것이고, 더 나아가 개성공단 100만평에 대한 원상복구와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것이 관철될 때까지 완제품과 원자재, 기계부품 등의 반출을 불허하면서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기업의 개성공단 철수 과정에서 북측과의 마찰과 그에 따른 예상치 못한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가 그 자체의 합의 위반 논란으로 성격이 변질, 축소될 수 있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의 책임은 남측에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완충지대를 완전히 상실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기는 상당 기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