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해 입주 기업들이 철수하고 있는 11일 오후 서울 서소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내에 설치된 '개성공단 기업 종합지원 센터' 관계자들이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면서 입주 업체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결과가 주목된다.
과거 판례를 보면, 개성공단 신규투자 금지나 남북 경협 중단에 따른 국가의 배상 책임은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지만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개성공단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려던 한 업체는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따른 정부의 5.24 제재 조치로 신규 진출과 투자 확대가 금지되자 국가를 상대로 6억 5천만 원의 손실보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오랜 기간 동안 개성공단 투자에 관한 정부의 조치를 통해 형성된 신뢰에 반하고, 북한 제재라는 목적 달성에 적합하지 않은 수단"이라는 게 업체 측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1심은 "중대한 정치적·군사적 위기 상황이었으므로 국가 안보를 최우선 목표로 한 정책 판단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며 위법성이 없다고 봤고, 2심과 대법원에서도 청구는 기각됐다.
개성공단에 대한 투자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화하는 남북관계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도 법원의 판단 근거였다.
대신 이 업체는 비슷한 이유로 남북협력기금법 등에 따른 보험계약에 의한 보험금은 지급받을 수 있었다.
북한 측과 함께 평양에 방직공장을 설립한 또 다른 업체는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방북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사업을 진전시키지 못해 국가를 상대로 4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정부의 방북 불승인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재량 행위이고, 군사적 대치 상태에서 발생할 위험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방북 승인은 남북 관계 및 국내외 정치 경제 상황의 변동과 관계기관의 검토 등을 고려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구하는 재량 행위"라고 밝혔다.
2007년부터 평양에서 의류 가공업을 하던 한 업체의 경우 5.24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대북 교육과 경협사업이 전면 중단돼 납품을 받지 못하자 소송을 냈지만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기도 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정부의 이번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과 관련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조치가 대통령의 긴급 재정 경제 명령인지,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한 통일부 장관의 협력사업 정지 조치인지 확인해 달라는 취지다.
민변은 대통령의 긴급 재정 경제 명령은 헌법 상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이번 결정이 통일부 장관의 조치라면 '국가 안보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어야 하고 6개월 내의 정지 기간을 지정하며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법적 요건과 절차 위반이라고 민변 측은 말했다.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은 "기업활동과 재산권을 직접 제약하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