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방식대로 가라' 국민은행 홍아란(왼쪽)은 올 시즌 다소 침체에 빠져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최근 베테랑 선배 변연하의 조언 속에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자료사진=WKBL)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에서 예상치 못한 침체에 빠져 고전 중인 청주 국민은행 가드 홍아란(24 · 173cm). 지난 시즌 깜찍한 외모에 걸맞는 깜짝 활약을 펼쳤던 홍아란이 부진하면서 국민은행도 덩달아 쉽지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홍아란은 평균 10.5점 2.8도움 등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6.4점 2.4도움에 머물러 있다. 첫 주전 시즌이던 2013-2014시즌 7.3점 1.5도움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 출전 시간이 당시보다 3분 정도 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홍아란이 주춤한 사이 국민은행도 3년 연속 플레이오프(PO) 진출이 어려워졌다. 서동철 감독의 암 투병 공백 속에 PO 마지노선인 3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11일 구리 KDB생명과 청주 홈 경기에 앞서 3위 용인 삼성생명에 2.5경기 차였다.
이런 가운데 홍아란은 의미있는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KDB생명과 홈 경기에서 8점 3리바운드 4도움을 올리며 73-62 승리를 이끌었다.
홍아란은 32분53초를 뛰며 3점슛 4개 중 2개를 꽂는 등 고감도 슛 감각도 뽐냈다. 특히 2쿼터 추격을 알리는 연속 도움을 올린 데 이어 중반 역전 결승 3점포를 꽂으며 승기를 가져왔다. 또 4쿼터 초반 연속 5점을 뽑아내 승부를 사실상 결정지었다.
경기 후 모처럼 인터뷰에서 밝게 웃은 홍아란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기록 저하 현상에 대해 홍아란은 "마인트 컨트롤도 해보고 연습량도 늘려봤지만 그냥 모르겠더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어 "안 되는 게 느껴지다 보니 위축된 게 사실이었다"고도 했다.
비시즌 대표팀 차출이 원인일까도 고민했다. 홍아람은 "비시즌 7일 정도 아팠는데 이후 곧바로 첫 성인 대표팀에 가니 정신이 없었고 몸 관리에 신경을 못 썼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래서 소속팀에 와서도 몸을 끌어올리는 데 힘이 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죽이 맞는구나' 국민은행 변연하(왼쪽)와 홍아란이 11일 KDB생명과 홈 경기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청주=WKBL)
시즌 후반 홍아란에게 힘을 준 사람은 베테랑 변연하(36 · 180cm)였다. 홍아란은 "연하 언니가 '너는 원래 그렇게 하는 선수가 아닌데 뭘 그렇게 신경을 쓰냐'라고 하더라"면서 "실수를 하고 블록슛을 당해도 부딪혀보라고 조언해줬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래서 최근 몸싸움부터 신경을 쓰고 강하게 부딪혔더니 그래도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고 웃었다.
변연하의 후배 사랑은 올 시즌뿐만이 아니다. 지난 시즌에도 변연하는 아직 경기 운영에 미숙한 홍아란을 대신해 자신의 원 포지션인 슈터보다 포인트 가드로 나섰다. 그런 변연하에 대해 홍아란은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5에 뽑힌 뒤 "연하 언니가 희생한 덕에 수상했다"고 눈물을 쏟았다.
지난 시즌 중 변연하는 상대 고참 선수와 경기 중 갈등을 빚어 위축된 홍아란을 적극 옹호해 기를 살려주기도 했다. 그런 변연하는 올 시즌 부진한 후배를 향해 강력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국민은행으로서는 홍아란의 부활이 절실하다. 3위 삼성생명과 2경기 차, 아직 봄 농구를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7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건재한 변연하의 활약에 홍아란의 부활이 더해진다면 희박해보이는 PO 진출 가능성은 커진다.
홍아란은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아직 결정난 건 아무 것도 없다"면서 "오늘 경기를 계기로 삼성생명과 맞대결에서도 좋은 경기를 해서 끝까지 희망 잃지 않고 플레이오프 갈 수 있게 매 경기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변연하는 여자프로농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이날도 변연하는 10점 11도움의 노련한 활약을 펼치면서 역대 2호 3점슛 1000개에도 2개만을 남겼다. 그런 변연하를 우상으로 삼아 스타로 도약을 노리는 선수가 홍아란이다. 과연 변연하와 그의 한 마디에 깨어난 홍아란이 국민은행의 기적과 같은 봄 농구를 이끌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