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정 팬은 97번째 삼일절에 열린 FC서울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2차전에 크고 작은 응원 현수막 대신 커다란 일장기 하나만 내걸고 응원전을 펼쳤다, 오해원기자
97번째 삼일절과 서울에 걸린 일장기, 그리고 복수라도 하듯 짜릿한 역전승. FC서울의 완벽한 하루다.
FC서울과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이 열린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이곳에는 때아닌 커다란 일장기가 내걸렸다.
97번째 삼일절을 맞아 전국이 일제 강점기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는 하루였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히로시마 원정 팬들은 개의치 않고 일장기를 경기장에 펼쳤다. 대부분의 원정 팬들이 적은 수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다양한 현수막을 내걸고 응원하는 것과 달리 히로시마 팬들은 멀리에서도 한눈에 보이는 커다란 일장기만을 내걸어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서울의 한 관계자는 히로시마전을 앞두고 “오늘 경기는 절대로 지고 싶지 않다. 꼭 이기고 싶다”고 더욱 강력한 승리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 관계자의 기대와 달리 쌀쌀한 날씨 속에 시작된 경기는 팽팽했던 승부가 계속되던 전반 25분 히로시마 수비수 가즈히코 지바의 선제골로 균형이 무너졌다. 선제골이 들어간 뒤 하나였던 일장기가 더 추가됐다. 일본 원정 팬들이 품고 있던 일장기를 더 꺼내 경기장에 걸었다. 일부 팬은 체감 온도가 영하였던 날씨 때문인지 일장기를 몸에 두르고 응원전을 펼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울의 외국인 공격수 아드리아노는 새 시즌 개막 후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선보이는 맹활약을 선보였다.(자료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히로시마의 선제골은 서울의 영화 같은 역전승을 위한 복선에 불과했다. 서울은 전반 32분 김원식의 만회골로 반격을 시작했다. 신진호가 코너킥한 공을 김동우가 무릎으로 방향을 바꿨고, 이 공을 향해 달려든 김원식이 일장기가 걸려있던 히로시마의 골대 안으로 정확하게 공을 차 넣었다.
후반이 시작되자 서울은 아드리아노의 역전골과 쐐기골이 차례로 터졌다. 후반 4분 신진호가 프리킥한 공을 상대 문전에 자리잡고 있던 아드리아노가 수비수 2명 사이에서 180도 회전하며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한 데 이어 11분에는 히로시마의 왼쪽 측면을 무너뜨린 고광민의 패스를 다시 한 번 히로시마의 골대 안으로 밀어 넣었다.
후반 24분에는 아드리아노가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데얀의 패스가 오스마르와 신진호를 거쳐 아드리아노에 배달됐고, 아드리아노는 다시 한 번 간결하지만, 정확한 슈팅으로 히로시마의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조별예선 1차전에서 4골 1도움으로 맹활약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