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마무리 후보 권혁(왼쪽부터)과 정우람, 윤규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는 FA 시장에서 지갑을 활짝 열었다. 김태균을 4년 84억원에 잔류시켰고, 조인성도 2년 10억원에 붙잡았다. 무엇보다 4년 84억원이라는 역대 FA 불펜 최고액에 SK 마무리 정우람을 영입했다. 기존 권혁, 윤규진에 정우람까지, 마무리 자원만 3명을 보유하게 됐다.
김성근 감독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덕분에 시범경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도 아직 마무리가 결정되지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고민이다.
권혁은 지난해 78경기에 등판해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98을 기록했다. 막판 체력이 달려 무너졌지만, 시즌 중반까지는 리그 최고 좌완 불펜이었다. 윤규진 역시 부상 전까지 40경기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66을 찍었다. 정우람도 시즌 중반 마무리로 전환해 69경기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21로 시즌을 마쳤다.
누가 마무리를 맡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 성적이다. 여기에 권혁은 체인지업이라는 무기를 장착했고, 정우람 역시 여러 변화구를 테스트 중이다. 윤규진은 완벽한 몸 상태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정작 선수들은 담담하다.
물론 경쟁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선의의 경쟁이다. 셋 모두 중간, 마무리 포지션 모두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통해 한화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다.
권혁은 "내가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면서 "중간과 마무리는 순서만 다르지 똑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고, 정우람 역시 "중간과 마무리 모두 힘든 보직이다. 물론 마무리를 맡는다면 잘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규진도 "보직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물론 경쟁은 한다. 다만 선의의 경쟁을 통해 팀이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일단 셋 모두 스타일이 다른 투수라 가능한 일이다. 권혁과 정우람은 좌완이지만, 스타일이 다르다. 윤규진은 둘과 달리 오른손 투수다. 서로 장점을 흡수하는 등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으니 김성근 감독에게는 행복한 고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