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마혼 공백을 메우고 있는 최은지. (사진=KOVO 제공)
"최근 두 경기에서 절 놀라게 만드네요."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27일 현대건설을 꺾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정철 감독의 고민은 깊었다. 외국인 선수 리즈 맥마혼이 2월25일 도로공사전에서 손가락 부상을 당하면서 수술을 받은 탓이다.
여전히 복귀 여부는 미정이다.
이정철 감독은 2일 인삼공사전을 앞두고 "내일 퇴원을 하는데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챔피언결정전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면서 "왼손 부상이라 가능할 것 같지만,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맥마혼은 기업은행의 주포다. 부상 전까지 27경기 727점으로 득점 3위에 올라있고, 공격종합은 41.27%로 1위다. 김희진, 박정아라는 국가대표 듀오가 있지만, 단기전에서 외국인 선수의 공백은 꽤 아프다.
하지만 이정철 감독은 맥마혼 없이 치른 2경기(현대건설, 인삼공사)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최은지의 재발견 덕분이다.
최은지는 기업은행의 창단 멤버다. 하지만 레프트에는 박정아가 버티고 있고, 라이트에는 외국인 선수가 뛴 탓에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공격은 수준급이었다. 다만 수비가 약했다. 덕분에 구박도 많이 받았다. 이정철 감독은 "자리가 애매했다. 감아때리고, 밀어때리는 능력이 좋다. 신장도 작은 편이 아니다. 다만 공격이 좋아도 레프트에 넣을 수가 없었다. 라이트는 외국인 선수 자리라 더 그랬다"면서 "4년 동안 구박을 가장 많이 받았고,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 최은지가 2경기에서 맥마혼의 공백을 지웠다. 물론 단기전에 들어가면 달라질 수도 있지만, 2경기에서는 최고의 활약이었다. 현대건설전에서는 14점을 올리더니 인삼공사전에서는 45.95%의 순도 높은 공격으로 18점을 퍼부었다.
이정철 감독도 "대견스럽다. 경기 감각이 없는데 너무 잘 해줬다"면서 "최근 2경기에서 날 놀라게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현대건설전 활약이 오히려 이를 더 악물게 만들었다.
최은지는 "첫 경기에서는 맥마혼이 다쳐 신나게 뛰어놀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면서 "오늘은 지난 경기에 생애 처음 인터뷰도 했고, 못하면 반짝이라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더 떨렸다"고 털어놨다.
끝없는 구박에 이정철 감독이 미울 법도 하지만, 최은지는 오히려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운동을 그만 둘 생각도 했었지만, 결국 이정철 감독 덕분에 마음을 잡았기 때문.
최은지는 "몸 관리에 대해 구박을 많이 받았는데 맞는 말만 하셨다. 그렇게 혼나는 것은 처음이라 울기도 많이 울었다. 운동을 나가기도 싫었다"면서 "2~3년 차가 되니 감독님의 깊은 마음을 알겠더라. 감독님도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잘 되라고 혼내는 건데 노력해도 안 되니 속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맥마혼의 상황에 따라 최은지가 챔피언결정전에 중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정철 감독은 "맥마혼은 본인 의지에 달렸다. 이번 외국인 선수들의 멘탈을 보면 프로 정신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이름을 알릴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