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글 코리아 제공)
12일 오후 1시부터 치러지는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세 번째 대국. 승부의 분수령이 될 이번 대국을 바라보는 과학자들의 눈은 알파고의 수읽기 차단에 맞춰져 있다.
중후반으로 가면서 바둑판에 돌이 많이 놓일수록 수읽기 면에서 알파고가 유리한 만큼, 그 이전에 이세돌 9단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창조적인 판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바둑 애호가인 맹성렬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1, 2국을 본 뒤 일본 프로바둑기사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9단의 '우주류'를 잇따라 언급했다.
대다수 바둑기사들이 집 짓기에 유리한 바둑판의 귀와 변을 중심으로 포석을 이어갈 때, 다케미야는 객관적으로 불리하다는 여겨지는 중앙을 거점으로 세력을 쌓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이러한 기풍은 우주류로 불리며, 1980~90년대 일본 바둑계에서 맹위를 떨쳤다.
맹 교수는 "시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읽기를 할 때 컴퓨터가 유리한 만큼, 이세돌 9단 입장에서는 대국 초반에 판을 짜면서 압도적으로 판세를 잡지 못하면 뒤로 갈수록 불리해진다"며 "중반 이후 판이 어느 정도 짜여져 수읽기에 밀리지 않으려면 이 9단은 초반에 돌을 얼마 두지 않았을 때 상상력을 발휘해 창조적인 판짜기를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대국 초반 상대적으로 자유도가 높을 때는 사람이 기계보다 높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이 점에서 다케미야의 우주류식 바둑이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텐데, 전성기 다케미야가 알파고와 붙었어도 재밌는 흐름이 나왔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알파고 계산 능력으로도 아직 바둑 완전히 풀어낼 수 없어"
공인 아마 5단의 바둑 실력자인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2국이 끝난 뒤 페이스북을 통해 "현대 바둑은 이창호 9단의 등장 이후로 종반에 가까워지면 한 수의 가치를 거의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
"30년 전, 이창호 9단이 등장했을 때 그의 수법들 중 상당수는 선배 프로 기사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기존의 바둑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수법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수법들을 구사해서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딱 반 집, 한 집 반 씩만 이겨가는 경우가 많아지자 바둑 이론에 새 지평이 열렸다"는 것이다.
감 교수는 "상대가 인공지능이라서 좀 더 충격적이긴 하지만, 지금 프로 기사와 바둑 팬들이 느끼는 당혹감과 좌절감은 본질적으로는 이창호 9단이 등장했을 때 선배 기사들이 느꼈던 감정과 다르지 않다"며 "계산하기 어려우니까 선택의 문제, 기풍(스타일)의 문제로 치부했던 영역이 사실은 정밀한 계산이 가능함을 당시의 이창호 9단이나 지금의 알파고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