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악수' 오리온 추일승 감독(왼쪽)이 12일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을 이겨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뒤 친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고양=KBL)
친구의 대결은 설욕으로 끝났다. 53살 동갑내기 추일승 오리온,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다. 9년 전에 울었던 추 감독이 올해는 웃었다.
오리온은 12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76-59 승리를 거뒀다. 3연승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오리온은 2002-03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KCC-KGC인삼공사의 4강 PO 승자와 오는 19일부터 7전4승제 챔프전을 치른다.
추 감독은 실업 기아 농구단 입단 동기인 유 감독과 9년 전 PO에서 친구 대결을 펼쳤다. 2006-07시즌 당시 KTF(현 케이티) 사령탑이던 추 감독은 유 감독의 모비스와 챔프전에서 맞붙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추 감독은 3승4패로 첫 우승을 내줬다.
이때 개인 첫 우승을 차지한 유 감독은 5번의 챔프전 정상 등극을 이루며 최고의 명장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추 감독은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에도 이후 우승은 물론 챔프전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추 감독은 9년 만에 유 감독과 PO 대결에서 깨끗하게 설욕한 것이다. 그러면서 개인 통산 첫 챔프전 우승에 대한 희망도 키웠다.
경기 후 둘은 덕담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확인했다. 유 감독은 추 감독을 찾아와 "기왕 올라간 것 꼭 우승하라"고 친구의 승운을 기원했다.
이에 추 감독도 "유 감독과 모비스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드러냈다. 이어 "유 감독은 항상 끝나면 배울 게 많다"면서 "유 감독의 바람대로 우승 한번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둘은 4강 PO 미디어데이에서도 우정어린 입담을 과시한 바 있다. 추 감독이 "유 감독은 우승을 많이 했으니 이제 양보할 때가 됐다"고 했고, 유 감독은 "꼭 우승을 하라"면서도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승부를 떠나 진한 사나이의 우정이 뜨거웠던 시리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