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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정청래는 왜 백의종군을 선택했을까?

정치 일반

    [Why뉴스] 정청래는 왜 백의종군을 선택했을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가 결정된 뒤 일주일여 동안 침묵하다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발표했다.

    정 의원의 지지자들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하라'거나, '무소속 출마하면 후원금을 보내겠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선당후사'를 실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정청래 의원은 왜 백의종군을 선택했을까?"를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정청래 의원 기자회견에서 어떤 얘기를 했나?

    당을 지키겠습니다. 당을 살리겠습니다.
    우리당의 승리를 위해 저 정청래, 기꺼이 제물이 되겠습니다.

    당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습니다.

    저는 위대한 국민만 보고 국민만 믿고 가겠습니다.

    제가 어디에 있든 박근혜 정권의 폭정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앞장서겠습니다.

    당원이 주인 되는 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승리하고 반드시 정권을 찾아오는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쓰러져 있는 저라도 당이 필요하다면 헌신하겠습니다.

    우리당 후보들이 원한다면 지원유세도 하겠습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입니다. 당을 지켜야 합니다. 당을 살려야 합니다. 주인이 집을 나가면 되겠습니까? 집 떠난 주인들께서는 집으로 속히 돌아와 주십시오.

    우리가 당의 주인입니다. 제가 여러분들과 힘을 합쳐 당을 재건하겠습니다. 개인 김종인에게 서운하더라도 당대표 김종인에 대한 비판은 자제해 주십시오.

    우리는 총선에서 이겨야 정권교체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총선전쟁중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이 분을 모신 것도 우리의 책임이고 잘났든 못났든 현재는 우리의 당대표입니다. 당대표에 대한 비판은 일단 멈춰주시고 총선승리를 위해 뛰어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동지·민주시민 여러분, 그동안 이곳에서 저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전국 각지에서 분에 넘치게 지지해 주신 국민 여러분들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그 고마움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합니다. 국민과 정권이 싸우면 끝내 국민이 승리합니다. 총선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드림


    ▶ 정청래 의원은 왜 '백의종군'을 결심한 건가?

    16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여의도에 위치한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강종민 기자)

     

    = 국회의원이 출마를 포기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결심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해라', '출마하면 후원금 보내겠다', '정청래를 지지한다' 등 전국에서 열화와 같은 응원을 받고 있는데 그걸 받아들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치권에는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을 떨어지면 아무것도 아니다'는 말이 있다. 이미 18대 총선에서 낙선의 경험이 있는 정청래 의원이 당의 컷오프 결정을 수용하고 백의종군하기로 결정을 한 이유는 여섯 가지 정도 된다.

    첫 번째는 정청래 의원이 살아온 길이 그렇기 때문이다. 정청래 의원을 잘아는 지인은 "정 의원은 자기 멋에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하는 건 이른바 '가오'가 서지 않는다. 그러니 탈당은 애시당초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스스로 내 뱉은 말이 족쇄가 됐다. 정 의원은 "제 인생 사전에 없는 단어가 둘 있다. '이혼'과 '탈당'이다"는 말을 했다. 탈당하게 되면 이 말을 뒤집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정청래는 '선당후사'를 실천해 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청래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결정적인 이유는 이른바 '막말파동'으로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근데 징계를 받은 막말이라는 게 지금은 탈당한 주승용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표를 계속 공격하자 "사퇴할 것처럼 공갈만 치고 사퇴 안 하는 게 더 문제라 생각한다"며 맞받았다. 그러자 주승용 최고위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고 당무를 거부하면서 빚어진 것이다. 결국 주승용 의원은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갔다. 정청래 의원은 당을 위해서 한 발언인데 '공갈'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막말로 징계를 받고 컷오프가 되어야 하는 건지는 의문이 있다.

    ▶ 그 말 외에도 다른 막말들도 문제가 됐지 않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사진=자료사진)

     

    = 정청래 의원은 말이 거침이 없다. 사실 그동안 정 의원이 쏟아낸 발언들을 모아놓은 걸 보면 국회의원으로서 정제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는 발언들이 꽤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징계를 받은 건 주승용 의원에게 한 '공갈'이라는 단어인데 이 말은 사실 울고 싶었던 비주류에게 뺨을 때려준 것과 마찬가지의 발언이었을 뿐 새누리당이나 다른 의원들은 이보다 더 심한 말을 하고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은 경우가 있다.

    네번째는 탈당의 명분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에게 공천탈락은 정치생명을 좌우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당의 결정에 반발해서 탈당할 경우 국회의원을 한두 번 더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탈당의 멍에'를 쓰게 되면서 더 큰 정치를 할 수 없게 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공천에서 탈락했다고 탈당한다면 정치인으로서 신뢰를 상실한다. 정 의원이 그런 정무적인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섯번째는 정청래 의원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정청래 의원의 이미지는 거침없이 말을 내뱉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컷오프 발표 이후 말을 아꼈다. 절차에 따라 재심을 신청했고 트위터에 "어머니, 이럴때 저는 어떡해야 하나요?"라는 글만 올렸다.

    정청래 의원을 잘아는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전 대표는 "정 의원이 이렇게 진지하고 진중하게 고민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말 많고 말을 쉽게 하던 사람이 말을 잘 내뱉지 않는 건 아주 큰 변화"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정청래 정치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여섯번째 한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야권 내부로 향하는 총질을 바깥으로 돌리자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의 보좌진은 "정 의원에 대한 컷오프 이후 당의 지지율이 너무 빠졌다. (실제로 정의당 지지율이 상당히 올랐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빨리 '백의종군'을 선언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 이후 더민주는 급속하게 내부 결속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 정청래 의원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있다는데?

    = 그동안은 정청래 하면 '막말' 또는 '네가지가 없는 정치인', '대포' 이런 이미지였다. 그런데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나자 정 의원을 두고 '대인배'다 '큰 정치인이다' 이런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청래 주변에서는 '바보 정청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니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이 가능한 종로를 포기하고 떨어질 것이 뻔한 부산으로 갔을때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렸다.)

    ▶ 정청래 의원의 불출마가 다른 공천탈락 후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 (사진=자료사진)

     

    = 정청래 의원 이전에 당의 원로인 문희상 의원이나 유인태 의원도 컷오프 됐지만 당의 결정에 승복하고 불출마를 선택했다. 또 노영민 의원이나 오영식, 송호창 의원도 불출마를 결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청래 의원이 당의 승리를 위한 제물이 되겠다고 선언했으니 다른 공천탈락 정치인들도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공천탈락만으로 탈당할 경우 명분이 없게 되는 것이다.

    공천에서 배제된 전병헌 의원은 '담대한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 정호준 의원은 국민의당에 입당했고 강동원 의원과 홍의락 의원 등은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다.

    ▶ 이해찬 의원의 경우는 좀 다르지 않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제 20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의원 (사진=자료사진)

     

    = 친노 좌장으로 분류되는 이해찬 의원의 경우 정청래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택함으로서 모양을 구기게 됐다. 이른바 일각에서 주장하던 '친노연대'는 동력이 떨어졌다.

    물론 선후로 따지자면 이해찬 의원에게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은 건 당의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해찬 의원은 국회의원 6선을 했고 국무총리까지 지낸 당의 원로이고 상임고문이다. 그에 맞는 예우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해찬 의원도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천에서 탈락시키려면 본인을 불러서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지만 갑자기 탈락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래야 탈락한 사람도 명분이 생기고 지원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민주 비대위가 세종시에 누굴 공천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무적 판단이라며 공천에서 배제하고는 아무도 공천하지 않는 것도 꼼수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고 이래저래 문제점을 드러냈다.

    ▶ 사실 큰 문제는 청년비례 문제 아니냐?

    = 그렇다. 청년비례를 공천하는 과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후보에서 사퇴했지만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행보는 문제가 많다. 4년동안 자신의 비서관을 한 사람을 면접하고 공천까지 주는 것은 공당의 공관위원장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다. 제척대상이니까 스스로 알아서 기피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4명의 후보 중 2명이 논란 끝에 사퇴했다. 청년비례 선출과정이 전면 중단됐다. 이 정도 논란이 인다면 공관위원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공식사과 하고 새롭게 절차를 밟아가야 한다.

    청년비례란 젊은 층을 배려하고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 선출과정이 참여와 축제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당 관계자가 첨삭지도를 하고 특정인과 특수관계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4년 전 청년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던 김광진 의원은 "지금의 이 혼란은 후보자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청년비례시행세칙을 따르지 않고 자의적으로 일을 집행한 공관위에 전적인 책임"이라며 "그런데 공관위는 사과한마디 없고, 추후 일정에 대한 통지도 없이 그저 선출일정만 멈춰버렸다"고 공관위의 무책임한 태도를 꼬집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청년비례대표 경선 제도는 당시 '슈퍼스타K'방식을 차용해 약 한 달 동안 심사를 진행했다. 380여 명이 지원해 서류 심사, 심층 면접, 청년 캠프, 최종 16인 토론, 청년선거인단 모바일 투표(3일)를 진행해 최종 4명을 선발했고, 2명(김광진, 장하나 의원)을 당선권에 배치했다. 하나의 축제의 장이 됐고 젊은층을 끌이들이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이번 청년비례대표 선발은 지나치게 졸속적이고 형식적이어서 오히려 젊은층의 이탈을 불러오고 있다.

    ▶ 새누리당의 공천도 논란이 많은데, 이렇게 되면 다여다야 구도가 되는 거냐?

    새누리당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윤상현 의원(왼쪽)과 이재오 의원 (사진=자료사진)

     

    =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유력 공천탈락자들이 대거 무소속 출마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 공천탈락자들이 '비박연대'를 결성해서 공동보조를 취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구심이 될 수 있는 정치인이 유승민 의원과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일텐데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이재오 의원도 아직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중앙일보가 16일 현재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지역구 후보자 149명을 분석한 결과 절반을 넘는 87명(58.4%)이 친박 성향 인사였다. 비박계 후보는 47명이었고, 성향을 따지기 어려운 관료·전문가 출신이 15명이었다. 특히 공천을 받은 65명의 현역의원만 따로 분류했을 때 친박계 32명, 비박계 28명으로 친박계가 비박계를 앞질렀다. 새누리당은 친박당이 된 것이다.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인 현역의원은 친박계 중 김태환 의원을 비롯해 진영 의원과 주호영, 안상수, 조해진, 이종훈 의원, 강길부, 박대동 의원 등이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과 마포갑의 강승규 전 의원, 김두우 전 홍보수석 등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비박연대 결성에 기름을 부을까 우려해서 그렇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19대 총선 때 이재오 의원처럼 고립시켜 늦게 공천을 해서 힘을 빼려는 일종의 고사작전이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비박연대 결성이 가시화된다면 총선에서는 다여다야 구도가 만들어지고 20대 총선이후 다당제가 만들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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