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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모의 자녀 살해, 허약한 사회윤리가 원인이다

칼럼

    [사설] 부모의 자녀 살해, 허약한 사회윤리가 원인이다

    • 2016-03-21 18:17
    (자료이미지)

     

    어린 아이들이 부모에게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는 일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올 들어 불과 두 달 사이, 부모가 어린 자녀를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무려 8건에 이르고 있다.

    그들 아이의 부모 가운데는 싸늘하게 식은 시신을 야산으로 끌고가 암매장하고 돌아온 뒤 뻔뻔스럽게 거리를 활보하다가 체포된 사람도 있다. 이런 일들이 터져 나오는데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은커녕 공론의 장조차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20일 굿네이버스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국내 4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전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아동보호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부모들의 학대로 인한 어린 자녀들의 잇단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공적개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런 가운데 부모의 학대로 인한 자녀들의 사망을 바라보는 각계각층의 반응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첫째, 정치권의 무관심에 대한 비판이다. 정치인들은 공천을 둘러싼 이해타산과 분노에 정신이 팔려 부모의 손에 죽어가는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다. 엄마 아빠에게 죽임을 당하는 아이들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응방안, 재발방지를 위한 정당 차원의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문제의식 조차도 없어 보인다.

    둘째, 언론의 여과 없는 막장 보도다. 연일 드러나고 있는 부모에 의한 자녀 학대사망 소식을 여과 없이 노골적인 화면과 선정적인 보도로 국민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입히고 있다. 부모의 자녀 살인이라는 범죄는 천륜과 인륜을 모두 저버린 흉악범이긴 하지만 TV나 인터넷을 통해 범죄 사실을 접하는 대다수 선량한 시민들을 배려해 매우 신중하고도 절제된 보도를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셋째, 자녀 살해를 접하는 시민들의 성숙하지 못한 윤리의식이다. 자녀를 학대해 죽게 만든 부모를 천인공노할 흉악범으로 단죄하고 비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감정에 편승해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공론의 장을 만들어 우리사회에 나타난 병리현상을 어떻게 분석하고 치료해야 할 것인지, 진지한 성찰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온통 선거를 둘러싼 공천 이야기뿐이다. 언론은 속보 경쟁과 시청률에 매몰돼 부모에게 죽임당한 아이가 등장할 때마다 선정적인 보도로 관심 끌기에 급급하다. 시민들 역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놀람과 한탄 속에 흥분한 나머지 비난의 목소리만 높일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비정한 부모로부터 죽임당하는 어린 자녀들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진지한 성찰과 함께 무너진 인륜과 비정한 부모의 탄생을 가져온 우리 사회의 병적 질환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개인과 가정, 학교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와 여야 정치인, 정부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는 일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윤리적 책임을 공유하고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사회윤리와 시민의식을 심어주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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