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석. (사진=현대캐피탈 제공)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 선수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센터 신영석을 3차전 명단에서 제외시키려고 결정했다. 무릎에 이상 신호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를 앞두고 신영석이 직접 최태웅 감독을 찾아와 빼지 말아달라고 읍소했다. 아픈 무릎이지만, 지면 시즌이 끝나는 상황에서 동료들과 함께 뛰고 싶다는 의지였다.
최태웅 감독은 22일 OK저축은행과 V-리그 챔피언결정 3차전을 앞두고 신영석의 무릎 상태를 설명했다.
최태웅 감독은 "무릎에 이상이 조금 있다. 1차전 전날 그랬다고 하는데 경기에 뛰고 싶어서 말을 안 한 것 같다"면서 "2차전 연습 때 이상해서 불렀더니 무릎이 안 좋다고 했다. 괜찮다고 했지만, 결국 도중에 뺐다. 대신 들어가는 진성태가 부담이 될까봐 3차전 엔트리에서 아예 빼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 선수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대기를 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영석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신영석은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한 1차전에서 13점을 올렸다. 오레올(26점) 다음으로 많은 득점이다. 하지만 2차전에서 도중에 교체되자 현대캐피탈은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블로킹에서도 신영석의 존재감은 크다. 군입대 전까지 3년 연속 블로킹 1위에 오른 신영석은 올 시즌에도 12경기에서 세트당 0.795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경기수가 적어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블로킹 1위 시몬(세트당 0.742개)보다 높은 수치다.
결국 신영석의 투혼이 꺼져가던 현대캐피탈의 불꽃을 살렸다.
신영석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9점을 올리며 현대캐피탈 승리에 힘을 보탰다. 블로킹 2개를 잡았고, 공격성공률 77.77%로 7점을 올렸다.
신영석은 경기 후 "어제도 연습을 못했다. 오늘도 오전에 뒤에서 서 있을 정도"라면서 "안 뛰는 걸로 알고 있었다. 점심 먹고 감독님 방에 올라가 '지더라도 제가 들어가서 지겠습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나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중간에 들어가 그 말을 책임질 수 있어서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당연히 100% 컨디션은 아니었다. 최태웅 감독도 "잘은 했는데 점프를 못 뜬다"고 설명했다. 특히 3세트 초반 어이 없는 토스 범실도 했다. 1차전 승부처가 됐던 5세트 속공 범실의 악몽이 떠오를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