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개설이나 확장 등 각종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오갈 데 없는 나무를 나무고아원으로 옮겼다가 공공사업을 할 때 조경수로 활용합니다".
'나무은행'의 일종인 '나무고아원'을 운영하는 경기도 하남시 관계자는 25일 이 시설의 활용도가 제법 쏠쏠하다고 소개했다.
나무의 병해충을 신속하게 치료하고 친환경 방제기술을 전파하는 나무병원도 전국 각지에서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관련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활성화되지 못하는 실정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전국 나무은행 57곳…24만 그루 재활용
산림청에 따르면 나무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57곳, 97.6ha에 설치됐으며, 나무 33만6천 그루를 수집해 24만7천 그루를 활용하고 8만9천 그루를 보유하고 있다.
강원도와 6개 시·군은 2012년부터 나무은행을 운영하며, 5천622그루를 공사현장으로부터 받아 3천510그루를 옮겨 심었다.
나무를 구매하지 않고 나무은행을 활용하면서 얻은 효과는 10억1천800만원으로 추산된다.
평창군은 2018년 동계올림픽을 환경올림픽으로 치를 수 있도록 각종 개발사업 과정에서 버려지는 금강소나무 등을 재활용한다.
춘천시는 옛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 빈터를 나무를 임시로 심어놓는 '가식장'(假植場)을 겸한 나무은행으로 운영한다.
2013년 운영을 시작한 부산 나무은행은 지난해 7억3천만원을 들여 부산진여상 등 9곳에 느티나무 등 16종 5천206 그루를 이식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도 사업비 8억원을 확보하고 현재 조성 중인 해운대수목원 등에 기증목을 대거
이식할 계획이다.
경기 하남시는 2000년 하남 선사유적지 인근 망월동 28만㎡에 나무고아원을 조성했다.
10∼30년생 소나무와 느티나무, 은행나무, 버즘나무 등 39종 5천16그루의 나무가 이곳에서 자란다.
인천에서는 11개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자체 예산으로 나무은행 11곳을 운영한다.
나무은행을 운영하기 시작한 뒤 2014년 말까지 총 3만6천862그루를 공사현장 등에서 받아 옮겨 심었다.
제주도는 지난해 제주시 390여 그루, 서귀포시 200여 그루 등 590여 그루를 기증받거나 현장에서 파내 옮겨 심었다.
제주시 오라동과 서귀포시 강정동에 각각 1.6㏊와 1㏊ 규모의 '모수원'을 두고 옮겨 심어 관리한다.
전남에서는 지난해 수집된 나무 4만5천 그루 중 4만1천 그루가 활용됐다.
수집된 나무 4만3천 그루 중 3만3천 그루를 활용한 2014년과 비교할 때 수집량과 활용비율이 모두 늘었다.
전남도 관계자는 "나무은행에 대한 정보를 아는 분들이 많아져 기증도 늘었다"며 "수목 구입 예산을 그만큼 절약했다"고 말했다.
◇ 12개 시도에 나무병원 운영
국립산림과학원 내에 국립나무병원이 있으며, 12개 시·도에 공립나무병원, 서울대, 강원대, 충북대, 전북대, 경상대, 순천대, 경북대, 충남대 등 8개 대학에 수목진단센터가 설치됐다.
강원도 산림개발연구원은 1993년부터 나무병원을 운영했다.
그동안 주민, 지방자치단체, 조경업체 등으로부터 병해충, 병해, 이식 수목 불량 현상 등과 관련해 4천158건의 의뢰를 받고 처방했다.
지난해 처음 문을 연 부산 나무병원은 아파트 녹지 등 민간 다중이용시설 368곳과 삼락중 등 공공시설 565곳의 수목을 상대로 병충해 예방, 진단, 처방 등의 조치를 했다.
경북에는 15개 나무병원이 산림사업법인으로 등록돼 있다.
상주시는 지난해 보호수 치유를 위해 나무병원에 4건(8천만원)의 보호수 외과수술을 의뢰했다.
경주시는 문화재보호구역 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의 진단과 치료에 나무병원을 활용한다.
전북에서는 도 산림환경연구소가 진단과 처방을 해주고 산림법인 4곳에서 나무를 돌봐준다.
울산에는 산림청으로부터 '수목 보호 기술자' 자격증을 취득해 산림법인으로 개인이 등록한 나무병원이 13곳이다.
울산시는 이들 나무병원을 상대로 입찰을 거쳐 1곳을 지정한 뒤, 3∼10월 사이 학교나 아파트, 개인 등이 나무 진단을 신청하면 무료로 진단하고, 문제가 있으면 처방도 해준다.
나무병원을 운영하는 전남도 산림자원연구소에는 매년 100건가량 신고가 접수된다.
◇ 예산·인력 부족 아쉬워
나무은행은 이식 가치가 있는 대형목을 활용할 때 비용이 많이 들어 소규모 수목 중심으로 운용되며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작은 나무는 옮겨심어도 대부분 살아남지만 큰 나무는 옮겨심기도 어렵고, 장소 변경에 따른 관리가 어려워 생존율이 30%를 밑돈다는 것이 전북지역 나무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일부 민간개발 사업장에서는 홍보부족으로 나무은행 운영 사실을 모르고 양질의 수목을 제거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나무은행을 구청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지만 아주 큰 나무는 이동비용이 수백만원으로 만만치 않다"며 "이럴 경우 새로 나무를 사서 심는 것이 오히려 비용 면에서 효율적일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의 경우 제주시 모수원이 현재 70∼80%, 서귀포시는 90% 가량 차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 부지가 필요하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나무은행은 현재 국비와 지방비가 8대 2로 투입되는 사업"이라며 "국비가 더 책정돼야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무병원도 예산과 인력부족이 문제다.
부산 나무병원의 경우 예산 부족으로 민간 수목은 처방전 발급까지만 지원할 뿐, 방제나 약제 구매 등은 민간에서 부담하도록 해 이용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다.
제주도에서는 2011년부터 나무병원이 운영되지만, 연구관 1명, 연구사 1명, 녹지공무원 1명 등 인력이 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현장을 직접 방문해 처방하기보다는 전화상담 위주로 운영된다.
강원도는 최근 도시인들이 귀촌해 집을 지을 때 나무부터 심는 등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나무병원의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다.
나무병원의 총인원은 12명뿐이며, 1년 예산은 수천만원에 불과하다.
강원도 나무병원의 한 관계자는 "예산이 1억원도 안되다 보니 그동안 배운 지식으로 재능 기부한다는 심정으로 일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