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가 버는 소득으로 부채를 감당하기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26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가계의 순처분가능소득(837조1천767억원) 대비 가계신용 연말 잔액(1천206조9천798억원)은 144.2%로 집계됐다.
순처분가능소득은 가계가 임금이나 예금 이자 등으로 마련한 소득 가운데 세금 등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이나 보험, 대부업체 등에서 받은 대출뿐 아니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합친 대표적인 가계부채 통계다.
우리나라 가계가 1년 동안 처분가능소득을 모두 모아도 가계부채를 전부 갚기 어렵고 가계 빚의 44%가 남는다는 얘기다.
이 비율은 2004년 100.8%에서 꾸준히 상승해 2011년 131.3%로 130%대에 올라섰고 2012년 133.1%, 2013년 133.9%, 2014년 136.4%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상승곡선이 가파르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작년 말 수치를 1년 전과 비교하면 7.8% 포인트나 뛰었다.
이 비율의 전년 대비 상승폭은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통계를 편제한 2002년 이후 최대였던 2006년(7.2%)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소득과 대비한 부채의 비율이 높아진 것은 지난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이 2014년보다 5.2%(41조4천478억원) 늘어나는 동안 가계부채 잔액은 11.2%(121조7천206억원) 급증했다.
가계 부채의 증가 속도가 처분가능소득의 2배를 넘었던 것이다.
가계 부채 급증은 작년 6월 기준금리가 연 1.50%까지 떨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작년 말 77.4%로 1년 전(73.0%)보다 4.4% 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2002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부채를 늘린 가구 중에는 주택 등 다른 자산을 늘릴 경우가 많지만 가계 부채 총량은 잠재적으로 위험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높아져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이나 재무건전성이 나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가 부채 상환에 허덕이는 현실은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의 '2015년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는 가처분소득의 25%를 대출 원리금(원금과 이자)을 갚는 데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대출을 받은 가구 중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가 70%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