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이었지만, 기독인들은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안산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27일 부활주일 새벽, 안산 세월호 참사 합동 분향소 앞.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사심을 기념하고 기뻐해야 할 부활절 새벽이지만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슬픔 속에 부활의 새벽을 맞이하고 있었다.
화정감리교회와 희망교회, 서해제일교회, 성서침례교회 등 안산 지역 교회들이 준비한 안산 합동 분향소 부활주일 새벽기도회는 침묵 속에 진행됐다.
세월호 참사 711일째를 맞는 27일 새벽. 기도회에 모인 200여 명의 사람들은 부활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 힘들었다. 기독교인이라면 당연히 예수 부활을 찬양해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직 세월호 안에 9명의 사람이 있고,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송을 한 416 가족 기독 중창단.
세월호 유가족들은 여전히 오해와 편견과 싸우며 힘들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의 아픔에는 제대로 공감하지 않으면서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말한다.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제대로 된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독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목회자들의 돌출 발언이 있었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이들 중에 기독교인들이 많다는 사실은 다행이다.
안산 세월호 합동 분향소 앞에는 개신교를 비롯해 천주교와 불교측이 종단별로 마련한 컨테이너가 있는데, 가장 활발하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개신교인들이다.
컨테이너가 생긴 지 지난 1년 동안 약 80여 개가 넘는 교회와 단체가 유가족들과 함께 했다.
유예은 양의 어머니 박은희 전도사는 "기독교인들의 참여로 기독교 컨테이너가 확장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보다 두 배나 넓어진다는 소식이다.
부활절 예배 기도회에서 가족 증언을 한 김다영 양의 아버지 김현동 씨는 "세월호 참사에서 사람의 중요함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 씨는 "돈과 이익이 우선이었다"며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함께 가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기독인들은 세월호의 진상이 밝혀질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도 순서를 맡은 박균태 목사(서해제일교회)는 "세월호처럼 위기를 만난 나라를 위해 기도를 안 할 수 없다"며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남북관계가 파탄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목사는 이어 "한국교회도 세속화와 기복주의의 병에 물들었다"며 "교회 지도자들이 먼저 회개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예루살렘으로 가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박인환 목사(화정감리교회)는 "유가족들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그만하라고 말한다"며 "세월호 참사를 당한 사람들에게 주홍글씨를 붙였다"고 했다. 또 "교회가 소외된 자 고난 받는 자들에게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예배는 약 1시간 30여 분 동안 진행됐다. 예배가 끝난 뒤에는 서로 달걀을 나누며 부활을 기쁨을 누렸다. 또 한켠으로는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다짐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