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넥센과 한국시리즈 당시 함께 했던 전, 현 삼성 투수들인 임창용(오른쪽부터), 안지만, 오승환, 윤성환이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해외 도박으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임창용(40)이 그라운드로 복귀한다. 고향팀 KIA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KIA는 28일 "전날 늦은 밤 임창용과 연봉 3억 원에 입단 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공식 계약은 괌에서 개인훈련 중인 임창용이 귀국하는 대로 체결할 예정이다.
임창용은 지난 2014년 11월 마카오 카지노 정킷 방(현지 카지노에 보증금을 주고 대여한 VIP실)에서 4000만 원대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임창용과 함께 도박 혐의로 기소된 오승환(세인트루이스)에 대해 벌금 1000만 원에 약식 명령을 내렸다.
도박 스캔들 속에 임창용은 불명예스럽게 은퇴할 위기에 놓였다. 이미 삼성은 임창용을 지난해 한국시리즈 명단에서 뺀 데 이어 40인 보호선수 명단, 보류선수 명단에서도 제외해 사실상 방출했다.
▲임창용 복귀 조건은 '연봉 전액 기부'임창용의 복귀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도 등록 시즌의 50%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체 시즌 144경기의 절반만 출전하는 것이다.
여기에 일단 단순 도박죄였지만 벌금의 최고형을 받았다. 여론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터라 임창용을 데려올 구단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임창용은 결국 예전 친정팀 해태의 후신 KIA의 품에 안겼다. 통산 114승, 232세이브를 올린 KBO의 레전드가 고향팀에서 명예롭게 현역을 마무리하는 것이 모양새는 가장 좋았다. 임창용은 1995년 해태에 입단해 1998년까지 활약한 뒤 삼성으로 이적했다.
다만 임창용과 KIA는 연봉 전액 기부로 여론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어떤 것도 완전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참회와 속죄로 팬들에게 용서를 구한 것이다. KIA는 "임창용이 고향팀인 KIA에서 야구 인생을 마무리하며 자신의 과오를 씻고 싶다는 뜻을 수 차례 밝혀와 반성과 재기의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입단 배경을 설명했다.
임창용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재능 기부 활동을 펼칠 뜻을 밝혔다. 임창용은 "자숙하고 반성하며 그라운드에 설 수 있기를 고대했고, 기회를 준 KIA 구단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야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고, 다른 말 필요 없이 야구를 통해 백의종군하며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먼저' 윤-안, 임의 복귀가 영향 미칠 수도
지난 18일 KIA와 광주 원정 시범경기를 앞두고 윤성환, 안지만과 관련된 입장을 발표하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삼성 류중일 감독.(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삼성 윤성환(35)과 안지만(33)에게 쏠린다. 둘 역시 임창용, 오승환처럼 해외 도박 스캔들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올 시즌 프로야구 판도를 좌우할 중요한 인물들로 꼽힌다.
오는 4월 1일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윤성환, 안지만의 거취는 아직도 미정이다. 이들 역시 임창용처럼 지난해 한국시리즈 명단에서 빠졌지만 40인 명단에는 포함됐다. 괌 전지 훈련도 소화했다.
하지만 둘은 개점휴업, 시범경기조차 뛰지 못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 등 현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빨리 실전 감각을 익혀놔야 시즌에서도 무리없이 등판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룹 고위층에서 이들의 출전을 보류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임창용이 먼저 복귀를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윤성환, 안지만은 임창용, 오승환과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법적 판결의 유무다. 임창용, 오승환은 어쨌든 벌금형을 선고받아 거취를 결정할 수 있었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임창용도 석고대죄하며 돌아왔다.
그러나 윤성환, 안지만은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적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은 까닭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지만 따가운 여론 때문에 삼성 그룹에서는 둘의 출전을 허하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의 수사 보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그룹에서는 수사 종결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임창용의 복귀가 윤성환, 안지만의 향후 거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임창용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중요하다.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섣부른 결정을 어려워도 그룹의 결단에 조금이나마 진전이 있을 수 있다. 과연 윤성환, 안지만에 대한 돌아오지 않은 메아리가 응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