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직까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삼성의 애를 태우고 있는 안지만(왼쪽)과 윤성환.(자료사진=황진환, 윤성호 기자)
프로야구 삼성이 '윤-안 딜레마'에 빠졌다. 주축 투수들인 우완 윤성환(35)과 안지만(33)의 복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올 시즌 판도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다.
당초 류중일 삼성 감독은 18일 KIA와 광주 원정 시범경기에서 둘의 기용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단 프런트와 협의 끝에 등판 발표를 미뤄야 했다.
이들에 대한 여론의 부담 때문이다. 윤성환, 안지만은 지난해 10월 불법 해외 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때문에 한국시리즈(KS) 명단에도 빠졌다. 당시 구단 사장이 이들의 KS 제외를 발표하면서 고개를 깊이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수억 원대 도박에 대해 곱지 않은 국민 정서를 두려웠던 까닭이다. 이들과 함께 수사를 받은 임창용(40)이 검찰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삼성이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이어 보류선수 명단에서도 빼며 방출한 이유다.
▲속 타는 류중일, 더 애가 타는 구단일단 윤성환, 안지만은 올 시즌 선수 등록은 돼 있다. 그러나 가타부타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삼성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들은 시범경기에 나서지 않은 채 개인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도 미지수다.
현장에서는 애간장이 탄다. 4월 1일 개막전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주력 선수 2명의 거취가 감감무소식인 까닭이다. 윤성환은 지난해 정규리그 17승을 거뒀고, 안지만은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37개)을 세웠다. 이들 없이 시즌을 치르기란 엄청난 부담이다.
때문에 류 감독을 비롯한 삼성 코칭스태프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들을 시범경기에 등판시키려고 했다. 수사 중이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무죄 추정의 원칙을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무리 몸을 만들었다지만 점검을 해야 실전 감각을 올려 정규리그에서 무리없이 뛸 수 있는 까닭이다.
'나 보고 우짜라고' 류중일 삼성 감독이 18일 KIA와 시범경기 전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상념에 잠겨 있다.(광주=삼성)
사실 이런 류 감독의 움직임은 삼성 구단에 대한 메시지라는 시각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임창용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윤성환, 안지만까지 없다면 삼성의 올 시즌 정상 도전은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더군다나 삼성은 올해 신축구장을 쓰는 만큼 우승이 절실하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이어 "때문에 코칭스태프는 구단에서 빨리 두 선수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달라는 입장일 것"이라면서 "그래야 시즌 구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촌평했다. 만약 구단에서 둘을 전력 외로 놓으면 우승이 힘들어도 그만큼 코칭스태프의 부담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구단에서도 난감하다. 수익보다는 그룹 이미지를 우선으로 하는 국내 프로 구단 현실에서 둘을 출전시키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구단 관계자는 "사실 어제 류 감독의 중대발표 선언은 와전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양단 간에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구단에서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안이 해결돼야 임창용도 결정난다이들의 출전 여부는 임창용의 거취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창용은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올 시즌 총 경기수의 50%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복귀해도 시즌 절반을 쉬어야 한다.
'4인방' 지난 2014년 넥센과 한국시리즈에서 임창용(오른쪽부터), 안지만, 오승환, 윤성환 등 전, 현 삼성 투수들이 함께 한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이런 까닭에 임창용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한다는 소문도 돈다. 그러나 이미 시즌 구상이 끝난 메이저리그 구단에 입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간다 해도 마이너리그에서 기회를 봐야 하는데 불혹의 임창용이 도전하기는 너무 나이가 많다.
오히려 국내 구단 복귀에 더 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마무리가 필요한 구단으로서는 임창용의 가세가 절실하다. 특히 그의 고향인 KIA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느냐는 의견이 적잖다. 더군다나 KIA는 올해 마무리가 불안한 상황.
하지만 이 모든 가능성은 윤성환, 안지만 문제가 선결돼야만 하는 문제다. 윤성환, 안지만이 올 시즌을 뛴다면 임창용을 영입하려는 구단도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둘의 출전까지 막힌다면 벌금형을 선고받은 임창용은 사실상 올 시즌 KBO 리그에서는 뛸 수 없다.
윤성환과 안지만은 물론 임창용은 리그 전체 판도를 좌우할 만한 존재감을 지난 선수다. 실제로 임창용은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일본으로 떠나 위기에 빠졌던 2014시즌 중 복귀해 삼성 우승의 천군만마 역할을 했다.
윤성환, 안지만이 있는 삼성은 우승후보에 걸맞는 전력이 갖춰지지만 이들이 빠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밀린 것처럼 정상 등극이 힘들 가능성이 적잖다. 과연 도박 스캔들 3인방의 운명이 어떻게 될까. 올 시즌 KBO를 뒤흔들 수 있는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