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및 멕시코 공식 방문을 마친 후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사상 유례 없는 정부청사 무단 침입사건이 터지면서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잔혹사'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0일 출국해 6박 8일에 걸친 2016 핵안보정상회의 및 멕시코 공식방문 일정을 마치고 6일 오후 귀국했다.
박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의, 미국, 일본, 중국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대응에 대한 국제 공조를 재확인하는 등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인 지난 5일 저녁 20대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 송모씨가 정부서울청사에 무단 침입해 인사혁신처 PC에 접속해 공무원 시험 성적을 조작한 '희대의 사건'이 터졌다.
공무원 시험을 치른 뒤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에 무단침입해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시킨 20대 남성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6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부서울청사는 국가중요시설 '가'급(최상급)인 정부의 핵심시설인데다 올 초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테러 경계태세가 발령된 상황이었는데, 송씨는 마치 제 집 드나들 듯 5차례나 정부청사를 헤집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박 대통령이 멕시코 공식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지난 1일에도 송씨가 정부청사에 5번째 침입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부청사 방호와 정부 PC의 정보보안에 대한 언론의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따른 외교적 성과는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박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공시생 정부청사 습격 사건에 온 국민이 분노하는 중에 조용히 귀국해야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미국과 멕시코 순방 때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면 어김 없이 반복되는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잔혹사가 다시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잔혹사는 첫 해외순방부터 시작됐다.
박 대통령이 2013년 5월 취임 후 첫 해외순방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 현지에서 한인 여대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터져 순방 도중에 경질된 사건이 신호탄이었다.
지난 2013년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성추문 파문을 일으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종로구 부암동 하림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013년 6월에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기 직전에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남북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여야가 정면 충돌했고, 박 대통령의 방중 성과는 국민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2013년 9월 러시아와 베트남 순방 때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내란음모사건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역시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빛이 바랬다.
해외순방 징크스는 박 대통령 집권 2년차인 2014년에도 계속됐다.
침몰한 세월호 (사진=자료사진)
2014년 5월에는 중동 세일즈 외교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4월에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박 대통령은 대부분의 일정을 취소하고 1박 3일의 원포인트 순방만 해야 했다.
이어 2014년 6월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때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친일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문 후보자는 지명된 지 2주만에 자진 사퇴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14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로 16명이 사망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유럽 순방에 나섰던 2014년 10월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으로 파장이 발생했고,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로 16명이 숨졌다.
2015년 해외 순방 때도 해외순방 잔혹사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서울 도심에서 김기종씨에 의해 얼굴 등을 흉기로 피습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2015년 3월 중동을 순방할 때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 도심에서 김기종씨에 의해 얼굴 등을 흉기로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세월호 1주기에 해외순방에 나선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2015년 4월 중남미 순방에 나섰을 때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되면서 페루에 있던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사건이 터졌다.
박 대통령은 2015년 6월 취임 후 두 번째로 미국 순방을 다녀올 예정이었지만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 사태로 일정을 연기했다가 넉달 뒤인 10월에야 미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해외순방 때면 어김 없이 국내에서 굵직한 사건 사고가 터지면서 박 대통령에게 해외순방 징크스가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데, 이번 미국과 멕시코 순방 때도 정부청사습격 사건 같은 상상하고 싶은 않은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