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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찾은 文, 하루종일 시민들 만나 '지지'와 '쓴소리'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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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찾은 文, 하루종일 시민들 만나 '지지'와 '쓴소리' 함께

    4050 시민들 만나 막걸리 마시며 "대북송금특검은 참여정부가 원한 것 아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전격적으로 광주를 찾아 '호남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문 전 대표가 가는 곳마다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문 전 대표는 "모든 짐을 지겠다"며 총선에서 더민주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립 5·18민주묘역을 찾는 것으로 광주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검은 정장 차림에 굳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문 전 대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묘역 참배를 시작했다.

    그는 분향을 마친 뒤, 고개만 숙이는 대신 김 위원장과 함께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방식으로 묵념했다. 방명록에는 '광주정신이 이기는 역사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남겼다.

    문 전 대표는 참배를 마친 뒤 "광주가 보내준 지지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면서 "광주 시민들이 제게 실망하고 질책하는 것을 달게 받겠다. 그동안 광주를 실망시킨 그 짐은 제가 다 지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어 말을 이어갔다. 그는 "정치권이 단일화를 못하면 광주시민의 힘으로 단일화를 시켜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민주가 많이 부족하지만 그 힘으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도록 다시 힘을 모아달라"고 읍소했다.

    문 전 대표가 묘역을 참배하는 동안 문 전 대표에게 광주방문을 자제하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것을 요구했던 정준호 후보(광주북구갑)가 문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민주묘역 앞을 찾기도 했다.

    정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발걸음을 해 주셔서 감사하다. 기왕에 당도 살리고 문 전 대표도 진정한 대선주자로 거듭나시는 방문길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후 광주 양동시장과 광주공원을 걸으며 직접 시민들을 만났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간담회 형식으로 할 수도 있었지만 인위적인 것 보다는 자연스럽게 시민들을 만나 꾸지람을 듣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양동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앞으로 잘할테니 섭섭한 것을 풀어달라"며 악수를 청했다. 한 노인은 "나 김대중 대통령 때 20세부터 (민주당) 뽑던 사람이여. 요즘 염려가 많겄소"라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야단을 맞으려면 공개적으로 무릎을 꿇고 맞으라"거나 "무슨 염치로 여길 오냐"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띄어 냉정한 호남 민심을 실감케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런 목소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모두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이어 광주시민들을 상대로 한 연설을 하기 위해 문 전 대표는 충장로우체국 앞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문 전 대표가 도착하기 30분 전부터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딸과 손녀의 손을 잡고 이 곳을 찾은 한 50대 여성은 "문 대표가 광주에서 인기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나쁜 방송에서 그렇게 말해서 그렇다"며 '다음 대통령은 문재인 할아버지'라고 쓴 커다란 부채를 흔들었다.

    '광주 호남은 문재인이 격하게 필요하다', '광주는 허벌나게 문재인을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손팻말도 눈에 띄었다. 충장로우체국 앞에는 대체로 문 전 대표를 응원하는 지지자들이 모였다.

    이윽고 오후 2시 30분쯤 문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문재인! 문재인!"을 연호하며 미리 준비한 안개꽃다발을 문 전 대표의 품에 안겼다. 감정이 격해진 듯 달려나와 악수나 포옹을 청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문 전 대표는 이 곳에서 "그 애정에도 불구하고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호남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선에서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안돼요! 아닙니다!"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호남과 호남 바깥의 민주화 세력을 이간해, 호남을 다시 고립화시키려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말아달라. 호남이 손을 거둬들이지만 않는다면 정권교체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광주시민, 전남북 도민들께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 당부했다.

    역시 함께 자리한 김홍걸 위원장도 "노무현 문재인이 저희 아버지를 배신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힘을 보탰다. 이어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과거의 사사로운 감정을 뛰어넘어 하나로 뭉쳐 수구보수 기득권정권과 싸워 정권교체를 꼭 하라고 당부하고 가셨다"며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후 전남대학교를 찾아 대학생들과 약 1시간동안 대화를 나눈 뒤, 인근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

    이후 광주 월곡시장의 한 막걸리집에서 이어진 '광주 4050과의 만남'에서는 본격적인 '쓴소리'도 흘러나왔다.

    광주지역의 40~50대 중장년층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 전 대표는 정장 자켓을 벗고 막걸리를 마셨다. 그는 이 자리에서 참여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및 호남 홀대론에 대해서도 다시 입을 열었다.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의 대북송금 특검이 DJ를 곤혹스럽게 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특검은 참여정부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었다"라고 답했다.

    또 "현대그룹 측에서 먼저 터져 나와서 정치권 문제가 되고 어떤 식이든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서 "특검으로 가지 않으면 검찰수사로 갈 가능성이 많은데, 특검이라면 제한된 부분의 수사로 멈출 수 있지만 검찰수사로 가면 전방위적으로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회견문 두 가지를 다 준비했을 정도로 크게 고심했었다"며 "(특검으로 인해) 고통겪은 분들 곧바로 사면해드리고, 대체로 관련 분들이 불가피성을 이해해주셨다고 생각한다. 김 전 대통령도 섭섭해했는데 나중에 설명드렸고 끝내 그 부분은 이해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이른바 '호남홀대론'에 대해서도 "아마 호남에 대한 애정이야 (노 전 대통령이) DJ만하겠나"면서도 "참여정부 시절 장·차관, 5부요인 인사에 호남 출신 빈도도 높고, 국가의전서열 가운데 5~6명은 늘 호남이었다"고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문 전 대표에게 "친노패권이란 프레임에 대해 대표님이 답을 찾아야 한다. 친노가 해먹는 것이 아니라는 진솔함을 행동과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사람들의 정치집단을 일컫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한번도 패권을 가진 적이 없다. 대표기간동안 흔들리고 제 마음대로 해 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눈물나는 이야기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 올라가는 마음으로 광주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약 1시간 40분가량 '광주 4050과의 만남'을 이어간 뒤 이날 일정을 마쳤다. 문 전 대표는 다음날인 9일 광주 무등산과 경로당을 찾은 뒤 정읍과 전주, 김제, 익산을 찾아 호남 민심 달래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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