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과 소극장이 몰린 대학로에서 연극이나 뮤지컬 관객을 끌어모으는 호객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런데 호객을 하는 이른바 '삐끼'들이 경찰의 단속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10일 대학로 공연계와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대학로 호객행위는 한국연극협회나 한국소극장협회 등 공연 관련 주요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극단이나 공연기획사를 중심으로 주로 이뤄진다. 자칭 '대학로 뒷골목 소극장'이다.
이들은 최근 경찰의 호객행위 단속 강화를 '생존권 침해'로 규정하고 집회를 신고했다. 혜화서 앞에서 1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40여명이 모여 "호객행위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단속 중단을 요구할 계획이다.
다음 달 5일부터는 민주노총 등의 지원을 받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성수기인 7∼8월에는 마로니에공원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의 반발은 최근 경찰이 집중 단속에 나선게 계기가 됐다.
경찰은 연극계가 지속해서 '삐끼' 단속을 요구한데다 삐끼 문제의 심각성을 다룬 보도가 이어지자 한 팀에 3명씩 3개 팀을 전담반으로 지정해 지난달 21일부터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이 결과 지난해 3월 8일부터 3월31일까지 적발 건수는 30건이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48건으로 늘었다.
처벌 수위도 높아져 지난해에는 30건 모두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됐지만, 올해에는 경범죄처벌법 13건, 즉결심판 회부 32건, 미성년자 고용으로 인한 청소년보호법 위반 3건 등으로 처벌을 강화했다.
호객행위에는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돼 5만원의 범칙금을 부과받는 게 보통이지만 이를 내지 않거나 상습 범행이 인정되면 즉결심판에 넘겨져 최고 2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미성년자에게 호객행위를 시키면 처벌이 더욱 엄한 청소년보호법이 적용된다.
호객 행위를 하는 이들은 "극장이 대부분 뒷골목에 위치해 홍보할 길이 없어 전단을 뿌리는 것인데 사복 경찰을 투입하는 것이 웬 말이냐"고 항변하고 있다.
이들은 또 "연극협회·소극장협회 가입 단체들이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받은 300억원의 지원금을 자기들끼리 나눠 먹기도 했는데 이런 문제는 수사하지 않고 생존을 위해 전단을 돌리는 우리만 단속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생존권 사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이 종로구청, 연극계 주요 단체 및 기획사 등과 협력해 호객 행위 단속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호객 행위를 대학로의 대표적인 무질서 행위로 간주한다.
특히 종로구청은 서울시와 조율 중인 '대학로 문화지구 관리계획 변경안'에 호객 행위 등 품위 훼손 행위가 연 3회 적발되면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주는 설치지원 권장시설 지정을 취소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다만 경찰과 구청의 단속만으로 호객 행위 예방이 쉽지 않다는 게 연극계의 중론이다.
최윤우 한국소극장협회 사무국장은 "호객꾼 중에서도 팀장급은 월 300만∼400만원을 벌고 월 1천만원까지 벌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며 "관객의 선택 기회를 빼앗고 대학로 연극계의 질을 낮추는 행위이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어서 범법자의 자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또 "식품위생법은 식당이 호객을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며 "공연법에서도 지나친 규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