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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입국 비공개 전례 어기고 왜 '전격 공개'?

통일/북한

    탈북자 입국 비공개 전례 어기고 왜 '전격 공개'?

    정부 스스로 인도주의 원칙 훼손

    중국에서 입국한 북한식당 종업원들(사진=통일부)

     

    정부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출을 전격 공개한 것은 그동안 정부가 견지해온 인도주의 원칙에 어긋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탈북자의 입국사실에 대해서는 일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해왔다.

    국내 탈북자는 3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고위 외교관 출신이나 북한 군내 주요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입국하는 과정 또는 입국 이후에도 정부는 이들의 입국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다.

    이는 이들의 신변보호와 북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신변 안전 문제, 또 제3국과의 외교문제, 탈출루트가 공개되면서 탈출이 봉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관련 내용을 취재한 언론에도 비보도 요청을 해왔다.

    언론도 그래야만 더 많은 탈북자들이 안전하게 한국으로 올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의 비보도 요청을 받아들이고 상세한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우리정부가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해 탈북자의 국내 입국을 추진할 때도 인도주의 원칙을 근거로 삼아왔다.

    탈북자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한다거나 남북관계에 활용한다면 해당 국가에서 우리 요구에 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최소한 인도주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신뢰가 있을 때 탈북자의 국내 송환에 암묵적으로 동의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8일 정부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의 집단탈출과 국내 입국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같은 관행과 원칙에 어긋난 것이다.

    특히 이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도 되기 전에 탈출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고 사진까지 제공했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탈북자 정책이 인도주의 원칙에 따른 비공개원칙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가 왜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

    우선 대북제재의 효과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들 탈북 사실을 공개하면서 '대북제재가 시작된 이후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고 일부 공개한 탈북동기 가운데 대북제재가 들어간 것을 제일 앞으로 내세웠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과거와 달리 공개가 결정된 이유에 대해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례적 사안이 발생해 발표했다"고 말했다.

    통일부와 외교부는 10일 대북제재의 효과에 대한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대북제재 효과 를 부각시켰다.

    집단탈북을 유엔 대북제재의 효과와 연결시켜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측면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11일 '북한의 정찰총국 대좌가 지난해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곧바로 '사실이다'고 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와 같으면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지만 국방부와 통일부가 동시에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망명 사실을 인정한 것은 과거와는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는 집단탈출 사건은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공개하면서 정찰총국 고위 군간부의 망명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모순된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사실만 인정한 측면도 있지만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공개해 북한을 압박하는 심리전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과 북한전문 학자들 사이에서는 탈북자 공개 문제를 총선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집단 탈북 사실을 전격 공개한 시점 때문이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이 입국한 것은 7일. 정부는 곧바로 다음날인 8일 이들의 탈출과 국내입국 사실을 공개했다.

    기자들에게는 발표 30분 전에야 긴급 회견이 통지됐다.

    탈출동기와 배경등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조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결정과정에 청와대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

     

    그동안 탈북자 비공개원칙을 견지해온 통일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관계기관 협의 결과 통일부가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통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지시로 공개가 결정됐다는 10일자 한겨레 신문의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발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공개하기로 한 것을 추인했다는 것이 상식이다.

    이에 따라 정무적 판단을 하는 청와대에서 임박한 총선에 미칠 변수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의 탈출과 국내 입국을 전격 발표하는 과정이 전례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같은 의혹 제기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관계기관의 심문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입국사실을 서둘러 공개하고 북한군 대좌출신의 망명사실을 공개한 것은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휴하고 있고 북한 지도부가 불안하다는 판단을 유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 이외에 어떤 것으로도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총선을 의식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탈북자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며 인도주의 원칙을 고수한다는 기존의 원칙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대북제재가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든 북한을 상대로 한 심리전 차원이든 또는 총선용이든 탈북자에 대해 견지해온 인도주의 원칙이 무너져 정치적인 이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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