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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하강 뾰족수 없는 정부…반전카드 '추경'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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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하강 뾰족수 없는 정부…반전카드 '추경' 저울질

    정부의 일관된 부정 메시지 불구…추경 불가피론 확산

    20대 총선 이후 정부가 반전카드로 추경예산편성을 통해 시중에 돈을 풀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20대 총선 이후 정책 동력이 급속히 약화된 박근혜 정부가 반전 카드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꺼내들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점유 실패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개혁 동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일자리 확충 등을 위한 단기 부양책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아직 시기상조"라는 정부, 그러나…

    일단 추경 편성과 관련해 정부 쪽에서는 "시기가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총선 당일 "중국 등 대외여건이 악화된다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여지를 밝혔다가, 바로 다음날인 14일에는 미국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아직까지는 그같은 정책수단(추경)을 쓸 상황은 아니다"라고 수습에 나섰다.

    유 부총리는 16일에도 "추경 편성은 꼭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아직 할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오히려 "국회에서 야당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 이후 추경 편성이 더 어렵게 됐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경 편성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 시장과 상당수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먼저 3년 연속 이어진 세수펑크 행진이 멈추면서, 지난해 세금을 걷어서 쓰고 남은 돈, 즉 세계잉여금이 2조8천억원 발생했다. 또 올해도 지난해 1월과 2월 누계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조원 더 걷히는 등 세수여건도 좋은 편이다.

    추경예산을 편성할 재정여건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유일호 부총리가 "필요하다면 추경을 편성할 준비는 돼 있다"라고 말한 점이나,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추경을 편성할) 정책여력은 있다"고 발언한 점도 이같은 세수여건을 감안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 구조개혁 동력 약화…"추경카드 피할 수 없을 것"

    지난 14일 미국 뉴욕에서 한국경제설명회를 열고 있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그는 "추경을 편성할 시기가 아니"라면서도 "추경 편성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또 올 초부터 경기 둔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 정부가 1분기에 계획된 예산보다 무려 5조6000억원을 초과 집행한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앙재정의 경우 올해 관리대상사업 예산의 3분의 1을 1/4분기에 쏟아 부었다.

    이처럼 나중에 쓸 돈을 상반기에 미리 당겨쓰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재정사정이 빠듯해 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추경 편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무엇보다도 여소야대 정국의 출현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4대 구조개혁의 동력이 크게 약화된 것이 추경 카드를 꺼낼 가장 큰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무라증권 권영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4일자 보고서에서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패하면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구조개혁보다 부양책에 의존할 것"이라며 "정부가 이르면 6월 15조원 규모의 추경을 포함한 부양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의 구조개혁이 어려워지면서 아무래도 추경예산을 편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성 교수는 "지금 한국 경제가 급속도로 하강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와 함께 추경예산 편성이 시급하다"며 "다만 추경으로 마련된 재원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통 받게 될 근로자들을 지원하는 용도로 사용돼야 할 것"이라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 언제까지 수술 않고 진통제만 놓을건가

    그러나 구조개혁을 외면한 채, 추경편성과 같은 단기적인 처방만으로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대 이필상 초빙교수는 "환자가 난치병에 걸리면 진단을 정확히 하고 수술을 해야하는데, 경제에 대해 올바른 진단을 하지 않고 피상적으로 살려보겠다는 차원이라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래픽=스마트뉴스팀)

     

    이미 지난 2013년에 17조3000억원, 지난해 11조 5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실시했지만, 살아난다는 경제는 여전히 2%대 성장률에 멈춰있다. 게다가 올해도 3%대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두 차례의 추경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생각만큼 회복되지 않았고, 대신 국가채무가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GDP의 40% 수준을 돌파했다. 이번에 또 10조원대의 추경을 편성할 경우 추가적인 채권을 발행해야하는데,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빚을 더 늘려야 하는 점도 큰 부담이다.

    정부는 오는 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재정 개혁안을 비롯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기서 재정의 여유가 있는지를 살펴, 추경예산 편성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재정건전성이 큰 부담이기는 하지만, 올해 조선과 해운 등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될 경우 대규모로 발생할 실직자들을 위한 대책과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야당으로서도 추경을 무조건 반대하기만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추경예산이 편성되면 지역구에 예산을 추가로 내려줄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도, 국회가 추경을 끝까지 거부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따라서 지금은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정부가 결국 반전용 카드로 추경예산을 꺼내들 경우, 추경은 여소야대로 출발하는 20대 국회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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