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현장(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영화인들이 결국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불참하기로 뜻을 모았다. 부산시가 부산영화제의 자율성·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8일 "각 단체별 회원들에게 부산영화제 보이콧 찬반 여부를 묻는 의견 수렴과정을 거쳤다"며 "과반수 이상의 응답자 중 90% 이상이 보이콧에 찬성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까지 9개 영화 단체가 소속돼 있다.
비대위는 지난 1일부터 일주일간 SNS와 전화 설문을 통해 소속 회원 전원에게 부산영화제 보이콧 찬반 의견을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이에 각 단체별 회원 과반수 이상이 응답했고, 응답자 중 90% 넘는 회원이 보이콧에 찬성했다.
비대위는 "영화계가 이렇게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2006년 스크린 쿼터 축소 반대 이후 10년 만"이라며 "이는 영화계가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의 독립성 훼손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서병수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 즉각 실행과 부산영화제의 자율성·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 △부산영화제 신규 위촉 자문위원 68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철회와 부산영화제 부당간섭 중단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총회 의결 없는 집행위원장 해촉 등 영화제를 훼손한 일련의 잘못에 대한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비대위는 "그러나 부산시는 비대위가 요구한 세 가지 중 그 어느 것 하나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부산시는 오히려 부산국제영화제 신규 위촉 자문위원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유지했고, 법원의 인용 판결을 얻어 임시총회를 통한 정관 개정을 무산시켰다"고 질타했다.
이에 비대위는 올해 10월 6일 예정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비대위는 "올해 부산영화제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유감스럽지만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와 부산영화제의 독립성 보장,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인들이 참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부산시의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져 모쪼록 영화제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길 강력하게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