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1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4·13 참패' 관련 입장은 제한적인 '민심 수용'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면서도 '선거 때문에 개혁이 지연돼서는 안된다'는 상반된 입장을 냈다.
박 대통령은 약 6분간의 회의 모두발언 중 선거 참패와 관련해 43초 가량 4문장을 언급했다. 청와대 회의를 주재하면서 10분 이상 모두발언을 해온 전례에 비춰 이날 발언은 짧은 편이었다.
총선 관련 언급은 △지난주에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는 국민의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겠다 △20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으로 요약된다.
차기 민심을 받들고 차기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나가겠다는 언급은 이전까지의 국회심판론과는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는 대야 소통강화 등 향후 국정운영 방식의 전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 무엇이라는 것인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잇따른 공약파기·후퇴, 세월호 참사 부실대응,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한일 위안부 협상 졸속체결 등 일방적 국정기조에 대한 심판으로 평가되지만 박 대통령은 관련 해석을 내놓지 않았다. 이같은 평가에 반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여당이 선거를 이길 때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매진하라는 국민의 깊은 뜻"(2014년 6·4지방선거), "공무원연금개혁 등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루라는 국민의 뜻"(지난해 4·29재보선) 등 국정에 대한 지지로 민심을 해석해왔다.
박 대통령은 대신 국정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침체와 북한의 도발 위협을 비롯한 대내외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개혁들이 중단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뤄져나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도 선거 때문에(노동개혁 등) 구조개혁이 지연될 경우, 우리나라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총선 결과와 국정기조는 별개라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북핵과 경제 문제의 해법에 대해 평소대로 야당의 '협조'를 제시한 것도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은 경제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 국민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북핵과 관련해 "안보와 남북문제 등에 있어서는 여야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모두 하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단합'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뿐만 아니라 "비서실과 내각은 새로운 각오로 국정에 전력을 다해주기 바라고,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위한 정책들을 꼼꼼히 챙기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달라"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개각 및 청와대 인적쇄신 가능성마저 닫았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청와대 책임론에 선을 그은 셈이다.
야당은 입을 모아 박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의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을 뿐 단 한마디의 반성도 없었다"며 "총선을 통해 표출된 민심은 일방통행의 국정운영을 중단하고 국정기조를 전면 전환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이 정도 인식으로 경제위기가 극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정의당은 "반성하지 않는 권력의 오만은 국민의 삶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국정 혼란을 크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각각 비판 논평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