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막식 장소가 서귀포시의 거부로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결국 서귀포성당으로 변경됐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지난 19일 제주지역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귀포예술의전당 측의 대관 불허 과정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평화영화제가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마이크를 잡은 양윤모 영화평론가 그는 그동안 해군기지반대활동가 또는 강정을 지키는 환경운동가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해왔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양씨는 고향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 제주를 찾았다가 영화평론가라는 본업을 내려놓고 해군기지반대활동가, 환경운동가로 70일이 넘는 옥중단식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기자간담회에서 양윤모 집행위원장은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4.3부터 시작해서 강정까지 이어지는 제주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분출된 영화제"라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영화평론가에서 해군기지반대활동가, 강정을 지키는 환경운동가로서의 길을 걷다 돌고 돌아 다시 영화로 평화를 외치고 있는 양윤모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제주CBS 시사매거진 제주 진행자인 류도성 아나운서가 만났다.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지난 19일 제주지역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류도성 아나운서)
◇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평론가 양윤모영화로>지난 2008년, 내가 처음 만난 그는 제주CBS 시사프로그램에서 <영화로 보는="" 세상="">이라는 코너의 게스트로 함께하며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동그란 안경에 선한 눈을 가진, 평범한 옆집 아저씨처럼 생겼지만 영화와 그리고 세상을 말하는 그의 입담은 거침이 없었다. 불합리한 자본의 논리, 양심마저 잃은 언론, 시장개방으로 고통 받는 농민의 이야기 등…. 영화의 얘기인지, 현실의 얘기인지 헷갈릴 정도의 입담은 나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 강렬함은 얼마 가지 않았다. 갑자기 '세상에 대해 말을 하기가 싫다'며 방송을 그만두고 홀연히 제주CBS를 떠났다.
2011년 7월, 70일이 넘는 옥중단식 투쟁 도중 병원으로 후송된 양윤모 씨. (사진=제주CBS)
◇ 해군기지반대운동가로 변신한 양윤모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에 대해 말을 하기 싫다'던 그는 강정마을에서 온 몸으로 평화를 외치고 있었다. 고향을 조금 더 알고 싶어서 제주를 찾았다가 강정마을 해안에서의 천막생활, 해군기지 반대활동으로 인한 구속, 그 구속이 부당하다며 70일 넘게 벌인 옥중단식 등 온 몸으로 세상을 향해 평화를 외치던 그를 단식투쟁 중이던 지난 2011년 병실에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 해군기지반대운동가로 만난 그의 동그란 안경 속 두 눈에는 독기밖에 보이지 않았다. "강정마을 앞바다에 범섬이 있다. 범섬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다.", "생물권보전지역 주변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앞으로는 해나가겠다"며 그는 해군기지반대운동가, 환경운동가로서의 길을 가고 있었다.
◇ 다시 '영화'로 평화를 외치다그가 '생물권보전지역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그곳에 지난 2월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이름으로 준공식이 진행됐다. 그리고 그 의문을 던진 그는 이제 다시 '영화'로 평화를 외치고 있다. 오는 23일 개막식을 갖는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그는 '영화가 곧 평화'며, '평화가 곧 영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양윤모 씨. (사진=류도성 아나운서)
이하 인터뷰 전문 |
Q: 결국 다시 영화다. 감회가 새롭지 않나?
사람은 결국 뿌려놓은 결과로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 나에게 있어 영화와 평화라는 것이 분리되지 않는 것 같다. 영화를 배우며 알게 됐던 검증과정을 바탕으로 강정마을의 문제를 접했을 때 불합리한 부분을 많이 봤다. 특히 국가 공권력이 어떻게 시골의 평범한 사람들의 권리들을 유린하고 협박하고 갈등을 조장하는지…. 그것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양심상 이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고 평화운동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집중하고 파고 들어가는 성질의 영화와 평화운동이 나에게 분리되지 않는 상황을 가져다줬고, 평화운동에 이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화까지 오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Q: 서귀포시가 영화제 개막식을 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하는 것을 불허했다. 최근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 상영에 개입한 사례와 같이 볼 수 있을 텐데, 영화계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문화는 총과 칼보다 무섭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영화제라는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서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다들어(모두 모여) 영화를 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로 했다. 하지만 엉뚱하게 관에서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바람에 무난하게 진행될 영화제가 상당히 큰 일로 번졌다. 영화를 보는 관료들의 시야와 관점이 너무 편협하지 않은지 생각 들었다. 앞으로 우리 제주도가 잘할 수 있는 건 토건업에 투자하고 키우는 게 아니다. 자연과 문화, 역사성을 바탕으로 하는 콘텐츠를 많이 내놓아야 한다. 그것을 활황 시키려면 이런 국제영화제의 가능성을 보고, 행정이 지원하고, 또 지원하더라도 간섭하지 않는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너무나 안타깝다. 실제로 다른 매체보다 영화는 통제가 어려운 분야다. 부산국제영화제도 마찬가지고 상영작품을 보고 ‘사전검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는 문화로 봐줬으면 좋겠다.
Q: 그동안 강정마을 주민들이 너무나 힘들었다. 평화운동에 함께 해온 본인도 많이 힘들었을 테고…. '영화'로 강정마을의 어려움 어떻게 이겨나갈 수 있을까?
영화는 꿈을 준다. 그리고 영화는 많은 사람들을 불러올 수 있고, 영화를 통해서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아픔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강정마을 주민들도 그렇고 사람들이 꿈을 잊으면 안 된다. 꿈을 잃어버리는 순간 과거는 물거품이 되고 미래는 그 자리에서 끝나는 것이다. 영화를 통해서 타인의 꿈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나의 꿈을 발전시킬 수 있다. 우리 영화제가 강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말한다면, 평화를 향한 우리의 꿈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제주도의, 전국의, 세계의 평화시민들이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
인터뷰를 마치면서도 '영화를 문화 그 자체로 봐주지 못하는 일부 시선이 너무나 아쉽다'고 말한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와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정치적으로 판단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지만 오히려 영화인들의 결속을 더 강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4.3부터 시작해서 강정까지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분출된 영화제다. 정치가 빠져야 영화로 평화가 조성된다. 영화는, 문화는 총과 칼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그의 동그란 안경 속에는 다시 선한 옆집아저씨의 눈동자가 보였다.
◇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모다들엉 평화(모두 모여 평화)'를 캐치프레이즈로 앞세운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집행위원장 양윤모)는 오는 23일~26일까지 서귀포성당과 강정마을 일원에서 진행된다.
모두 다섯 섹션으로 나뉘어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미국과 독일을 비롯해 팔레스타인, 프랑스 등 10개국 34편의 작품이 소개되는 비경쟁 영화제로 모든 상영작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오는 23일 오후 6시 서귀포시 송산동 서귀포성당에서 상영되는 개막작은 '업사이드 다운'(감독: 김동빈)으로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다큐멘터리다.
폐막작 역시 다큐멘터리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던 '우리 승리하리라'(감독: 미카미 치에-일본)다. 총 130분의 러닝타임 동안 일본 오키나와 군사기지를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저항을 다룬 내용을 보여준다.
한편, 서귀포예술의 전당에서 치러지기로 했던 개막식은 집행위원회가 정식 대관 신청을 한지 한 달 후, 불과 개막식을 열흘 앞두고 지난 12일 밤 '영화제가 정치색을 띠고 있고, 편향성의 우려가 있다'는 '편향된 정치색'으로 영화제를 판단한 서귀포시의 결정으로 서귀포성당으로 개막식 장소를 변경하고 영화제 작품들을 강정마을의 마을회관과 평화센터 등에서 상영하게 되었다.영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