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사 복원 예상도. (사진=경주시 제공)
문화재청이 경주 황룡사 터에 건립 중인 역사문화관 인근에 무단으로 배수로 공사를 벌인 시공업체와 이를 묵인한 담당 공무원에게 형사 처벌과 문책을 요구했다.
2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역사문화관 시공사 관계자들은 최근 역사문화관 인근에 깊이 1.5m, 길이 120m 가량의 배수로 공사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진행했다.
황룡사지는 국가사적 제6호로 지정돼 있어, 배수로 공사를 비롯한 터파기 공사를 하려면 문화재위원회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문화재 구역에서 허가 없이 공사를 벌일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시공사는 현재 터파기 공사를 중단한 상태로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구조를 알 수 있는 흔적) 훼손 여부는 문화재위원들의 정식 조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경주시에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주시가 '황룡사 역사문화관' 부대시설 공사를 진행하면서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구를 훼손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황룡사 터 모습. (사진=경주시 제공)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황룡사 역사문화관 주변을 에워싸는 석축과 배수로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적심석(積心石-초석과 함께 건물 밑바닥에 까는 돌)이 훼손됐다.
이 사실은 지난 14일 현장을 찾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의 제보로 뒤늦게 알려졌다.
신라왕경사업추진단은 현장을 확인한 뒤, 즉시 공사를 중단시킨 상태다.
문화재청은 경주시가 오는 6월로 예정된 역사문화관 개관 일정을 맞추려고 신라왕경사업추진단이나 문화재위원회에 설계변경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왕경복원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경주를 찾아 사업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현 정권 임기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사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게다가 황룡사역사문화관 부지에서는 희귀한 신라시대 장방형 연못터가 발견돼 역사문화관 부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공사가 강행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현재 유구 등의 훼손 여부에 대한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문제점이 드러나면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황룡사역사문화관은 1만4천320㎡의 땅에 연면적 2천865㎡ 규모로 지어지고 있고, 현재 90% 가량 공사가 진행됐다.
이곳에는 황룡사 9층 목탑 10분의1 크기의 전시실과 황룡사와 천년신라 역사 이야기를 담은 역사실, 황룡사 유적에 가상현실 복원 전각을 볼 수 있는 전망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