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열렸다. (사진=윤창원 기자)
여야의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각론에 대한 시각 차이가 커 논의 진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구조조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여권은 '개별기업 구조조정'을, 야권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산업구조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만들어진 직후 '구조조정' 화두를 던지며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야권은 경제정책 경쟁까지 벌이며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경제구조개편과 실업 대책 마련을 전제로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구조조정 이슈를 선점한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문제는 물론 우리 경제 전반을 다룰 경제특별위원회 설치까지 구상하며 구조조정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더민주는 22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당 안팎의 경제전문가를 초청해 '경제특별위원회(가칭)'를 꾸리고 이곳에서 구조조정 문제와 함께 경제정책 전반을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개별 기업 구조조정이 아닌 우리 경제 전반의 틀을 바꾸는 구조개혁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
김종인 대표 역시 처음 구조조정 화두를 꺼냈을 당시부터 "우리나라 경제구조 자체가 이렇게 가선 안 되고,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개별기업 구조조정보다는 구조개혁을 위한 방법론 차원의 구조조정을 제시한 바 있다.
구조조정 논의 초반부터 "구조조정을 넘어선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일관된 입장을 취해온 국민의당 역시 구조조정 논의의 한 축으로 더민주와 경쟁하고 있다.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 표면화되기 시작한 일부 대기업의 부실 정리 방안 △ 절벽에 이른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 방안 △ 신성장동력 발굴 방법 △ 교육-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해결 방법 △ 불안안 일자리 문제 해결 방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정(與野政)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또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19대 마지막 임시국회 처리5대 법안으로 선정하며 공정한 시장으로 우리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구조개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안 대표는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오른 직후 "지금은 미시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서 구조조정을 넘어서 구조개혁해야 한다"며 개별기업 구조조정 논의가 아닌 구조개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산업구조개혁을 골자로 한 '야권의 구조조정'과 달리 '여권의 구조조정'은 개별기업의 구조조정에 중심을 두고 있어 논의 진전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야권에 경제이슈를 뺏긴 정부·여당은 구조조정에 대한 원칙적 동의 입장을 밝히며 급하게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주도권 되찾기에 나섰다.
새누리당 원유철 대표권한대행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하지만 여기에 기존에 여권이 처리를 추진해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과 '노동4법' 연관 처리까지 촉구하고 나서면서 얽힌 실타래가 더욱 엉키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19대 국회) 임기 내 서발법과 노동4법 등 구조조정 관련 법안 신속히 처리돼야 한다"며 서발법과 노동4법을 '구조조정 관련법안'으로 이름 붙였다.
야권의 구조조정 논의에 원칙적인 '동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여권이 주장해온 법안 처리를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구조조정의 논의에 공감을 표하며 "구조조정에 따라 발생하는 실직자에 대해서는 실업급여, 재취업 훈련 등 복지대책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전직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신산업 육성과 규제완화, 노동개혁 등을 같이 추진해야 한다"고 구조조정 논의에 규제완화, 노동4법 처리를 더했다.
하지만 정국 주도권을 야권이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노동4법 처리 등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을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여야정 협의체 구성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