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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섬 박사, 섬살이를 말하다



책/학술

    26년 섬 박사, 섬살이를 말하다

    신간 '섬: 살이_섬 학자 김준의 인문적 섬 읽기'

     

    '섬: 살이_섬 학자 김준의 인문적 섬 읽기'는 날것의 '섬살이'를 들려준다.오늘날 섬에는 누가 사는지, 어떤 집을 짓고 세간을 마련해서 살림을 유지하는지, 섬사람들이 매일같이 하는 일과 삼시세끼 먹는 밥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섬마을들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생활풍습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는 26년째 전국의 섬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섬 연구에 매진해온 '섬 박사'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섬 문화를 결정짓는 5가지 키워드, 사람-살림-일-삼시세끼-풍습을 주제로 섬살이의 진솔한 모습을 들여다본다.

    part 1_ 섬·사람
    예순도 청년 축에 드는 섬마을은 노인의 나라다. 바다의 시간에 오랫동안 제 몸을 맞춰 살아온 어르신들은 사고로 정신을 다 잃고도 숭어 잡는 법을 기억하고, 굴 한 바구니는 눈 감고도 채울 수 있을 만큼 생활의 달인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일한 만큼 보수가 나오고 평생 퇴직 걱정이 없는 섬에서, 이들이 이겨내야 하는 것은 그저 외로움이다. 사람이 그리워서가 아니다. 육지 중심의 사고로 섬살이를 소외시키는 외부인의 시선과 태도를 느낄 때, 섬사람들은 가장 외롭다.

    part 2_ 섬·살림
    섬에서 '삶'이 가능하려면 먹을 물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샘부터 파고 나서 집을 지었다. 바람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 하는 섬에서 낮은 집에 돌담과 방풍림 조성은 필수다. 섬 밖으로 나가려면 작은 조각배라도 있어야 하고, 바닷가의 갯밭과 소금밭, 미역바위, 앞바다 어장, 그 무엇도 없으면 산나물이나 쑥이라도 캐어서 살림 밑천으로 삼았다. 조새와 가래, 그레, 뻘배, 테왁 등 집집마다 널린 어구를 보면 그 섬에 주어진 바다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

    part 3_ 섬·일
    낙지를 잡는 방법이 무려 열 가지다. 숭어는 눈에 막이 잔뜩 끼어 앞을 못 보는 봄철에 작은 배 대여섯 척이 몰아서 잡는 숭어들이가 볼 만하다. 해녀의 물질에도 등급이 있다. 남해 죽방멸치가 맛이 좋고 값도 비싼 것은 물고기들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는 전통 어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갯벌 간척으로 백합이 줄어들자 물속 그레질로 '물백합'을 잡는 능력이 대접받았다. 그뿐인가. 섬에서 하는 모든 노동은 실력을 속일 수 없고 대가가 정직하게 돌아온다.

    part 4_ 섬·삼시세끼
    섬 밥상을 보면 그 섬과 바다에서 나고 자라는 것들을 알 수 있다. 바지락밭이 좋은 가우도의 밥상 중심에는 큼지막한 바지락탕이 놓이고, 야생화로 유명한 풍도는 봄꽃 나물로 찬을 만든다. 봄 도다리, 흑산 홍도, 추도 물메기, 구룡포 과메기 등 고급 생선을 말할 때 장소와 제철을 따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섬집에서는 그때그때 잡히는 대로 빨랫줄에 걸어 말린 생선과 제철에 좋은 소금을 얹어 담근 젓갈들, 집 마당에 널어 말린 김과 미역 등을 사시사철 찬으로 올린다.

    part 5_ 섬·풍습마을을 지키는 신을 모신 곳을 당산이라 하고 그 중심에 당산나무가 있었다. 예부터 섬사람들은 당산나무가 마을의 안녕과 농사와 고기잡이의 풍흉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일제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미신타파라는 명목으로 많은 마을당과 제의가 사라지고 당산나무마저 베어진 곳이 많지만, 어려울 때 자연의 신을 찾아 비는 마음까지는 뿌리 뽑지 못했다. 한 해 첫 출어에 올리는 풍어제와 바닷가에 우뚝 세워둔 솟대들, 심지어 마을 어귀를 감싼 우실에도 신을 위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본문 중에서

    섬 노인의 기억과 경험은 예사롭지 않다. 박물관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풍성하다. 별과 달을 보고 며칠 날씨는 귀신같이 맞췄다. 바다 색깔만 보고 조기가 오는 길을 알았다. 어디 그뿐인가. 배를 짓는 일을 제외하면 고기잡이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건 스스로 만들어 썼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고리타분하다고 돌아앉는다. 하지만 뿌리 없는 나무가 어디 있던가.…… | p.18 #내 자리가 네 자리다

    섬에서 우물은 생명이다. 청산도에는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우물이 23개 마을에 모두 70여 개나 있다.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물이니, 마을을 이룰 때 우물 찾기가 첫 번째 과제였을 것이다.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아 바람을 막고, 산비탈을 일구고 갯벌을 막아 농사를 짓는 것은 시간과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물 관리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월이면 당제를 지낼 때 빼놓지 않고 샘굿을 했다. | p.80 #샘

    여자만의 작은 섬 장도의 주민들은 봄이면 바지락, 겨울이면 꼬막에 의지해 살아간다. 갯벌은 이들에게 소중한 삶의 터전으로, 이곳에서는 인간도 갯벌생물의 하나다. 고둥이나 짱뚱어처럼 갯벌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없기에 만들어낸 것이 뻘배이니 말이다. 장도 여성들에게 음식 솜씨 없는 것은 흉이 되지 않지만 뻘배를 타지 못하는 것은 큰 흉이다. | p.102 #뻘배는 세월로 탄다

    해녀들은 혼자서 물질을 나가지 않는다. 몇 명이서 함께 나간다. 물질을 할 때도 늘 주변에서 함께 물질하는 해녀와 눈을 맞추고 몸짓으로 대화를 나눈다. 동료의 숨비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나와야 할 때 물속에서 기척이 없는 것을 체크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벗이다. 바다에서 경쟁자이자 위험할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주는 벗이다. | p.142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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