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용산CGV 내에 마련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부스 앞에서 한 관객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노컷뉴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가 극장가를 집어삼켰다.
일찌감치 대규모 관객을 불러 들일 기대작으로 꼽혀 온 만큼, 시빌 워는 개봉 첫날부터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 내 대다수 상영관을 시빌 워가 장악함에 따라 한국 극장가의 고질병으로 지목돼 온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시빌 워 개봉 첫날인 27일 오전 10시쯤 서울 용산 CGV는 이른 시간인데도 삼삼오오 짝을 이룬 젊은 관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25분부터 아이맥스(IMAX) 상영이 예정된 시빌 워의 표를 끊기 위해 5분 전 매표소로 향했다.
"좋은 좌석이 거의 없다"는 발권 직원의 말에 화면에 뜬 좌석표를 살펴보니, 영화를 보기 편한 좌석인 3, 4열 이후로는 빈 자리가 없었다. 중간 열에 한 좌석, 끝 열에 두 좌석이 남아 있었기에 중간 열을 선택하고 상영관에 들어가 앉았다.
표에 쓰인 상영시간보다 10분 늦게 영화가 시작함에도 많은 관객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관객의 대다수는 남성으로 두세 명이 짝을 이루거나, 혼자 온 관객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남녀 커플 관객은 소수였다. '어벤져스' 시리즈 등으로 갈수록 공고해지는 마블 마니아층의 주축이 남성 관객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2시간 반에 달하는 상영시간 내내 관객들은 숨죽인 채 영화에 몰입했다. 극 중간중간에 녹아 있는 유머 코드에 뚜렷하게 반응하는 마니아 관객들의 모습이 흥미를 더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데도 자리를 뜨는 관객을 볼 수 없었다. 마블 히어로물의 상징처럼 된, 후속작의 향방을 알 수 있도록 돕는 짤막한 '쿠키영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첫 쿠키영상이 지나고도 관객들은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에 쿠키영상이 하나 더 나온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영화가 끝나고 만난 박모(23) 씨는 "오랫동안 기다려 온 영화였는데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며 "전작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보다 더 잘 될 것인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실시간 예매율 집계에 따르면 시빌 워는 예매율 95.2%를 기록하며 독주하고 있다. 예매 관객만 67만여 명에 달한다.
이로 인해 나머지 영화들은 2위 '시간이탈자'만 1.1%를 기록했을 뿐, 3위부터는 모조리 0%대의 예매율에 머물고 있다.
영화를 본 용산CGV는 시빌 워로 도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은 11개 상영관, 2291석 규모로 국내 몇 안 되는 아이맥스 상영관까지 갖춘 대표적인 멀티플렉스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용산CGV에서는 △'인생은 아름다워' 2회(6관, 12시45분·17시10분) △'날 보러와요' 1회(7관, 24시50분) △'시간이탈자' 5회(6관 19시35분과 8관 10시20분·15시·23시20분·25시40분) △'위대한 소원' 2회(6관 15시10분·24시) △'주토피아' 5회(6관 10시30분과 7관 13시10분·15시25분·17시45분·20시) △'태양아래' 2회(6관 22시와 8관 12시 40분) △'하나와 미소시루' 2회(7관 10시 45분·22시 15분) 상영이 각각 예정돼 있다.
결과적으로 상영관 3곳(6, 7, 8관)에 7개 영화를 몰아넣고 나머지 상영관에서는 모두 시빌 워를 상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마저도 8관의 경우 소위 평일 프라임 시간대로 꼽히는 오후 5시 20분과 8시 20분에는 시빌 워를 상영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날 용산 CGV에서는 시빌 워만 50회 가까이 상영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앞서 시빌 워의 전작인 '어벤져스2'는 지난해 이맘때 개봉해 히어로 영화로는 처음으로 천만영화에 등극했다. 개봉 첫날에만 62만 217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외화 박스오피스 최고 오프닝, 마블 영화 최고 오프닝 기록도 새로 썼다.
하지만 당시 어벤져스2는 스크린을 독점한 채 개봉 7일 만에 400만 관객을 넘기는 등 파죽지세로 1000만 관객을 향해 질주함으로써 스크린 독과점 논란으로 얼룩진 바 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