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배지 (사진=윤창원 기자)
4·13 총선에서 20대 국회를 이끌어 갈 국회의원 300명이 탄생했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132명이 초선 타이틀을 달고 입성했고 재선 이상이 절반을 넘는 168명이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는 과도한 특권을 벗어던질 수 있을까.
연합뉴스는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20대 국회의원 당선인을 릴레이 인터뷰해 27일까지 모두 83명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들 가운데 국회의원 특권·특혜에 대해 입장을 밝힌 당선인들은 "스스로 내려놓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초선 그룹은 "다 버려야 한다", 재선 이상 그룹은 "이미 많은 특권이 사라졌고 악용하는 게 문제"라고 각각 밝혀 온도 차를 보였다.
◇ "공항 VIP실 이용·무노동 유수당 우선 없애야"
당선인들은 공항 VIP실 이용과 일하지 않은 국회의원에게 주는 수당을 가장 불합리한 특혜로 꼽았다.
4선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수원무) 당선인은 "공항 VIP실 이용 같은 불합리한 특혜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선인 새누리당 박명재(포항남·울릉) 당선인은 "과도한 특권이나 특혜를 없애야 하지만 여론을 의식해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며 "그러나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 수당은 꼭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선 중에는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까지 없애자는 주장이 나왔다.
새누리 윤한홍(창원·마산회원) 당선인은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독재 시대에 군사정부가 의원들이 국회에서 한 말을 이유로 마구잡이로 잡아가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민주화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특권 의식 타파와 특권·특혜 악용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제시했다.
더민주 김병욱(분당을) 당선인은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물론 다른 기득권도 버리기 위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비 50% 반납 의견도 내놨다.
김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에 "정치인들이 존경보다 멸시, 조롱거리, 비판의 대상이 됐다"며 "세비 50% 반납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 입안을 공약했다. 선거구 획정처럼 국회의원 관련 제도를 바꿀 때에는 국회가 아닌 제3의 기구가 논의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새누리 박완수(창원의창) 당선인은 "국회의원도 공직자이므로 보좌관 인원이나 의원 1인당 비용 등은 공직자의 틀 안에서 줘야 한다"며 "과도한 권한과 혜택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상시 감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더민주 표창원(용인정) 당선인은 "정부기관이 감사를 받듯 국회의원도 상시로 감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세비 등 예산과 지원받은 인력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 이종배(충주) 당선인도 "국민에게 적용되는 법률을 의회에도 적용해야 하며, 의회활동에 낭비 사례가 없는지 독립 회계법인에 의뢰해 감사하는 방법으로 국회 특권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초선 "크게 바뀌지 않았다" vs 재선 이상 "많이 내려놨다" 초선 당선인 대부분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반드시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재선 이상 그룹은 "그동안 많이 없어졌다", "악용이 문제이고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초선인 박완수 당선인은 "과거에 특권을 없앴다고는 하지만 실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진단했다.
김진표 당선인은 "19대 국회 초기 국회개혁특위위원장을 맡아 특혜를 없애려고 노력해 연금 같은 경우 지금은 수혜자가 없다"며 "일을 하려면 현실적으로 정책 보좌관 1∼2명이 더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특히 면책특권·불체포특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렸다.
초선인 더민주 정재호(고양을) 당선인이나 같은 당 김병욱 당선인, 새누리 윤한홍 당선인 등은 꼭 개선해야 할 특권으로 이 두 가지를 꼽았다.
정재호 당선인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 직분상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며 "그러나 이를 악용해 '방탄국회'를 열고 소모적인 정쟁을 일삼게 된다. 세부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4선인 새누리 정우택(청주상당) 당선인은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조차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헌법이 보장한 가치를 특권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하면 곤란하다"며 "면책특권이 없으면 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질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악용하는 것이 문제인데, 나중에 다른 형사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악용해 국민의 공분을 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대표적인 권한이 불체포특권으로, 각종 비리에 연루돼 사법당국의 수차례 소환을 받았음에도 불응하고 국회 뒤에 숨는 것이다.
최근에는 감사권을 가진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일도 저질렀다.
19대 때 국회들이 특권 내려놓기에 나선 일이 있다.
전직 국회의원에게 65세부터 매월 120만원씩 지급하는 연금을 없앴다. 하지만 호된 여론의 질타를 받곤 떠밀리 듯 선택한 것이어서 눈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