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호야, 우리 한미 월간 MVP 해볼까' 4월 한 달 동안 전체 타점 1위(27개)의 맹타를 휘두르며SK의 2위 순항을 이끈 토종 4번 타자 정의윤.(자료사진=SK)
SK의 토종 4번 타자 정의윤(30)이 프로 입단 동기이자 동갑내기 친구 박병호(미네소타)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바로 2회 연속 프로야구 월간 MVP 수상이다.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첫 달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4월 한 달은 1위 두산(17승6패1무)과 10위 한화(6승17패)의 승패가 정확히 뒤바뀐 가운데 NC, LG, 롯데, 케이티, 삼성, 넥센 등이 승률 5할 안팎에서, KIA가 4할대 초반에서 두터운 중위권을 형성했다.
이런 가운데 SK는 16승9패, 승률 6할4푼의 준수한 성적으로 시즌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당초 중위권으로 분류됐던 시즌 예상과 달리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1일 넥센에 져 1위 두산과 승차가 3경기로 벌어졌지만 여전히 2위를 달리고 있다.
SK 선전의 중심에는 정의윤이 있다. 4월 한 달 정의윤은 중심타자로서 제몫을 톡톡히 해줬다. 4월 25경기에서 정의윤은 타율 3할1푼7리(17위)였으나 타점이 무려 27개로 1위였다. 만루홈런을 날렸던 황재균(롯데)과 최형우(삼성) 등보다 6개나 많았다.
영양가도 만점이었다. 정의윤은 월간 결승타도 5개나 때려내 팀 동료 박재상과 함께 가장 많았다. 득점권 안타도 11개(4위)였고, 타율은 3할9푼3리였다. 홈런도 5개로 공동 5위였다.
경기 내용도 강렬했다. 정의윤은 지난달 2일 케이티와 개막 2번째 홈 경기에서 선제 투런포와 연장 10회 2루타로 끝내기의 발판을 놨고, 14일 KIA전에서도 9회 극적 2타점 동점타로 역시 끝내기의 물꼬를 텄다. 17일 케이티전은 홈런 포함 6타점을 쓸어담았고, 30일에는 넥센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에 1회 결승 2점포를 터뜨리며 4타점을 올렸다.
▲역대 세 번째 2회 연속 월간 MVP 도전이만하면 4월의 MVP에 도전장을 내밀 자격은 충분하다. 이미 정의윤은 지난해 정규리그 마지막 월간 MVP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 9월 한 달 정의윤은 26경기 타율 4할2푼2리(90타수 38안타) 9홈런 23타점을 올렸다. 월간 최다 안타에 홈런, 출루율(4할9푼5리) 2위, 타율과 장타율(8할1푼1리), 득점(24개) 3위였다.
이번에도 월간 MVP에 오르면 비록 같은 시즌은 아니나 2회 연속 수상이다. 이는 KBO 최고 거포였던 박병호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박병호는 2012년 5월과 2013년 9월, 2014년 5월, 지난해 7월 등 지금까지 4번 월간 MVP를 받았지만 연속 수상은 없었다.
강렬한 임팩트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데다 경쟁자들이 많아 그만큼 어렵다. 지금까지 월간 MVP가 제정된 이후 2회 연속 수상은 2번뿐이었다. 2005년 7, 8월 SK에서 뛰던 이진영(LG)과 2014년 역시 7, 8월 넥센 소속이던 강정호(피츠버그)가 유이했다.
'친구 따라 간다' 지난해 9월과 7월 각각 월간 MVP에 올랐던 SK 정의윤(위)과 넥센 소속이던 박병호.(자료사진=해당 구단)
사실 정의윤은 친구 박병호와 비슷한 행보로 지난해 화제를 모았다. 공교롭게도 LG를 떠나면서 비로소 잠재력이 폭발한 사연이다.
2005년 계약금 3억3000만 원에 LG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박병호는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다 2011시즌 중 넥센으로 이적한 뒤 51경기 타율 2할6푼5리(185타수 49안타) 12홈런 28타점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듬해부터는 사상 최초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거머쥐며 KBO 최고 타자로 우뚝 섰다.
2005년 2차 3순위로 계약금 2억3000만 원에 LG 유니폼을 입은 정의윤도 만년 유망주로 희망고문을 이어오다 지난해 SK로 이적해 59경기 타율 3할4푼6리(193타수 66안타) 14홈런 44타점을 올렸다. 그런 정의윤은 그해 9월 박병호도 받지 못한 이적 첫 시즌 월간 MVP까지 수상했다.
올해 정의윤은 SK에서 첫 풀 시즌을 산뜻하게 풀어가고 있다. 당당히 4월 최고 타자로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친구보다 비록 늦게 꽃을 피우고 있으나 첫 풀타임 시즌은 그만큼 더 빨리 결실을 맺고 있다. 만약 정의윤이 4월 MVP에 오르면 박병호가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2012년 5월 MVP보다 빠르다.
▲강력한 경쟁자는 '5전승' 1위 두산의 니퍼트하지만 다른 MVP 후보들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강력한 외국 선수들과 힘겨운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정의윤만큼 사연많은 대기만성형 선수도 있다.
일단 두산의 고공비행을 이끈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정의윤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니퍼트는 4월 등판한 5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팀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개인 첫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기록을 세운 탈삼진도 43개로 1위였다.
여기에 니퍼트는 1일 KIA와 원정 승리까지 개막 6연승을 질주했다. 개막 후 연속 경기 선발승 최다 기록인 1983년 김일융(삼성)의 8경기 이후 역대 2위의 기록이다. 4월 성적도 빼어난 데 이런 기록과 1위인 팀 성적의 후광까지 업을 수 있다.
'난 니느님이다' 4월 한 달 5전승을 거두며 두산의 1위 질주를 이끈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 사진은 지난달 2일 삼성과 개막전 때 역투하는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다만 니퍼트는 평균자책점(ERA)에서는 3.04로 전체 9위에 머문 게 살짝 아쉽다. 팀 동료 마이클 보우덴(4승1패)의 1.13의 3배 가까운 수준이다. 보우덴보다 승운은 따랐지만 경기를 압도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4월 홈런 1위 루이스 히메네스(LG)도 인상적이었다. 히메네스는 4월에만 홈런 9개를 몰아치며 LG의 5할 승률을 이끌었다. 가장 큰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월간 홈런과 장타율 1위(6할5푼1리)를 달렸다. 다만 낮은 타율(2할8푼9리)과 5위권 밖인 타점(18개)이 걸린다.
4월 타격, 안타 1위 김문호(롯데)도 MVP 후보로 꼽힐 만하다. 김문호는 4월 21경기 타율 4할3푼, 37안타(86타수)로 전체 1위였다. 유일한 4할대 타율에 출루율도 3위(4할8푼5리)였다. 정의윤처럼 10년 만에 빛을 본 대기만성의 사연도 매력적이다. 다만 5할이 되지 않는 팀 성적(12승13패)이 마이너스 요인이다.
4월 MVP는 3일 진행되는 KBO 출입기자단의 투표로 선정된다. 과연 정의윤이 경쟁자들을 제치고 2회 연속 월간 MVP에 오를 수 있을까.
2012년 5월 MVP에 오른 박병호 역시 당시 팀 성적은 2위였다. 27경기 타율도 3할1푼3리(99타수 31안타)로 13위였으나 월간 타점 1위(28개), 홈런 공동 2위(7개)로 MVP에 오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