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수를 명목으로 50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받아 가로챈 문화재 수리업체 대표와 사찰 주지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2일 광주지방경찰찰청은 문화재 수리업체가 문화재 보수 공사 보조금 예산이 배정된 지역내 사찰 등과 공모, 사찰이 부담할 자부담금을 대납하는 방식으로 가장해 장성군 등 6개 지자체로부터 15회에 걸쳐 국가와 지자체 보조금 50억 원 상당을 보수업체 대표 양모(51)씨와 사찰 주지 김모(66)씨, 그리고 면허 대여자 등 모두 49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보수업체 대표 양 씨와 사찰 주지 김 씨 그리고 순천시 7급 공무원 성모(41)씨 등 7명을 불구속하고 순천시 7급 공무원 성모(41)씨와 면허 대여자 신 모 씨 등 모두 40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을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문화재 보수 공사 시 50%에 이르는 높은 수익률 때문에 시공업체 대표 양 씨는 문화재 보수 기술자 등의 자격증을 불법 대여한 뒤 보조금 공사가 가능한 사찰 주지 김 씨 등에 접근, 자부담금 대납을 약속하며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고 사찰은 무료로 보수공사를 할 수 있어 서로 결탁해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문화재 보수 국고보조금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양 씨 등은 문화재 관련 공사는 특이성으로 인해 자격 면허가 인정된 몇몇 업체들이 전담하는 등 설계·시공 감독의 전 과정이 폐쇄적으로 이뤄지는 점과 불필요한 공사의 시행을 방지하기 위하여 보조사업자의 자부담금 요건에 대해 자부담금 입금 내역이나 재원의 출처를 제대로 확인하는 절차가 없는 점 등을 이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건축업자는 보조사업자의 자부담금액 만큼을 지급받지 못해 총 공사비가 줄어들어 이득을 남겨야 하는 건축업자로서는 값싼 부실자재를 사용하거나 설계와 달리 공사를 진행하며 문화재 보수 공사가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무자격자가 문화재수리 기술자, 기능자의 자격증만 빌려 문화재수리업 등록 법인을 만들어 공사하는 방식으로 불법 문화재 보수 공사가 이뤄져 문화재 부실 복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문화재 공사는 민간보조사업으로 지정해 공사액과 상관없이 보조사업자가 공사업자를 선정하는 수의계약 방식의 폐쇄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문화재 보수공사 분야에서 국가 등 보조금 편취가 일어날 구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보조사업자가 자부담금을 내지 않는 것이 단순히 보조금 지급 요건을 속여 보조금을 편취하는 결과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소중한 문화유산인 문화재에 대한 부실공사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울러 앞으로 계속될 문화재의 관리와 보수 공사에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속되어오던 구조적 비리의 고리를 끊고, 지자체 등 관련 부서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