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
새누리당이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마무리하고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까지 가동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주류인 친박계는 전당대회 선거관리에 주력할 '관리형' 비대위를 원하는 반면 비박계는 당 쇄신에 앞장설 '혁신형' 비대위를 원하는 등 계파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 친박 "시간·인물 부족, 비대위 전당대회 관리만"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친박계는 '현실론'을 내세우고 있다. 6~7월쯤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까지 한두 달에 불과한 기간동안 비대위가 제대로 된 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총선 참패 책임론으로 비대위를 이끌만한 원내 인사가 전무한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른 원외인사들까지 난색을 보이고 있어 비대위 구성 자체도 쉽지 않다는 점을 내세운다.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은 "어렵게 외부인사를 데려온들 몇달 만에 무엇을 바꿀 수 있겠냐"고 반문한 뒤 "전당대회까지 회의 3~4번 하면 활동이 끝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따라 친박계 내부에서는 별도 비대위를 꾸리기 보다는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가 아예 전당대회 관리를 맡을 비대위원장도 겸직해야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상황이다.
대신 전당대회와 무관하게 내년에 치러질 대선까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당 쇄신을 이끌 가칭 '혁신위원회'를 꾸리자는 주장이 최 의원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와는 별개로 당의 쇄신 등 환골탈태를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도록 별도의 쇄신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가 관리형 비대위를 주장하는 이유는 차기 당권 장악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 상황에서 당 쇄신작업이 본격화되면 총선 참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친박계의 당권 장악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 비박 "당 지도부 구성 전에 비대위가 당 쇄신해야"반면, 비박계는 총선 이후 시종일관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 지금 당장 당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영철·김영우 의원 등이 중심이된 '새누리 혁신모임'은 지난 2일 회의를 통해 "새롭게 구성되는 원내지도부가 혁신적 비대위 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비박계 의원은 "당장 봉숭아학당이라고 비판받는 당 지도부 개혁부터 시작해 이번 총선 과정에서 철저히 무시된 당원의 권리 등 개혁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관리형 비대위가 구성되면 현재 구조대로 당 지도부가 구성된다는 얘기인데 그렇게 되면 또 계파 나눠먹기식 지도부가 되면서 당 개혁은 물건너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비박계는 당 지도부 선출을 좀 미루더라도 이번 기회에 혁신형 비대위를 제대로 운영해 당의 체질을 확실히 바꿔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드러났듯이 다수를 차지하는데다 결집력까지 높은 친박계에 비해 비박계는 구심점이 없어 일치되는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혁신형 비대위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혁신모임 역시 내부 이견이 발생하면서 해체 수순을 밝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진석 "중지 모으겠다" 원론적 입장이처럼 계파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의 의중이 비대위 성격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원내대표는 3일 "당이 위기 국면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또 한편으로는 전당대회를 통해서 실질적인 지도부가 책임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론(論)이 엇갈리고 있다"고 당내 이견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비대위 성격이 혁신 비대위냐 전대 준비를 위한 실무 성격이냐에 따라 인선이나 시기, 방법이 갈릴 것"이라며 "당선인들의 중지를 모으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저는 분명히 저 혼자 독단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그랬다"면서 "여러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리더가 되기보다는 팔로워가 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 원내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혁신형 비대위에 방점을 두고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개별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경선 전에 정 원내대표를 만났는데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혁신형 비대위 구성에 무게를 뒀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지원으로 당선된 만큼 친박계가 원하는 관리형 비대위를 꾸릴 것이라는 전망 역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