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노인이 빠르게 걷는 노인보다 낙상 위험이 3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창기 경희대 가정의학교실 연구팀이 2008년과 2011년 국가노인실태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 중 8천9명을 대상으로 낙상과 보행속도의 인과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1년 1년간 낙상 여부에 따라 낙상 경험 노인(1천780명)과 낙상 경험이 없는 노인(6천229명)으로 구분하고 보행속도를 비교했다.
보행속도는 2.5m 거리를 타인의 도움 없이 평소처럼 걸었을 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낙상을 경험한 노인의 보행속도는 0.62m/s로 낙상 경험이 없는 노인의 보행속도 0.67m/s보다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8년 참여자들의 보행속도가 2011년에 발생한 낙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보행속도가 0.7m/s 미만인 집단에서 낙상 위험도가 1.3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보행속도가 느린 노인에게서 낙상 사고가 잦은 이유는 건강상태와 관련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낙상을 경험한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더 심한 우울 증상을 호소했고 요실금, 시력 및 청력장애, 무릎 통증 등 2개 이상의 질환을 동반하고 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면제 복용 여부, 숙면 정도, 수면시간 등을 분석한 결과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건강관리에 있어서도 일주일에 150분 이상 운동에 참여하는 낙상을 경험한 노인은 3.8%로 낙상 경험이 없는 노인의 참여비율 7%보다 낮았다.
홍창기 교수는 "노인들에게 낙상은 삶의 질과 직접 연관돼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선 연구들에서 부정적 결과의 예측요인으로 지목돼왔다"며 "이번 연구는 낙상 위험을 증가시키는 보행속도의 변별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노인의 경우 보행속도를 0.7 m/s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건강상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행속도가 느린 노인에 대해서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낙상 등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의학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